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자 막료 조참이 재상에 올랐다. 전쟁에 도가 터였지만 정치엔 문외한인 조참은 노자의 정치철학을 공부한 한 도인에게 ‘재상이 해야 할 일’을 물었다. 도인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작은 생선을 굽듯 살살 달래가며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며 노자가 말한 ‘治大國 若烹小鮮(치대국 약팽소선)’을 당부했다.
참견을 줄이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는 뜻이었다. 宰相의 宰자는 ‘요리하는 사람’. 주방칼로 막중대사를 재단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글자. 그래서 아무에게나 칼을 잡게해서는 안되며 칼을 마구 써서도 안된다. 明 태조의 명신 유기는 재상의 자질에 대해 “재상을 모름지기 그릇이 크고 마음가짐이 물과 같아야하며 오직 義로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한다” 했다.
漢나라때 명재상으로 알려진 진평에게 왕이 “1년에 재판 건수가 몇건이나 되오” 물었다. “폐하, 그것은 담당관에게 물어보시지요” “그러면 재상이 하는 일이 뭐요” “재상이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고 국가조직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며 아래로는 온백성에게 국정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게하는 것입니다” 재상은 사소한 일에 간여하거나 시비하지 않고 백성의 마음을 고루 쓰다듬어주는 公平無私를 진평은 강조했다.
정치란 상대방과 함께 걸어가는 길을 열어야지 자기편만 챙기면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 北宋 황제 인종은 병석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라일이 궁금해 재상 여이간을 불렀다. 그런데 황제의 부름을 받은 여이간은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늦게 도착한 여이간을 보자 화가 난 황제는 “짐이 그렇게 급히 불렀는데 왜 늦었는가” 따졌다. “폐하의 병에 대해 온 조정이 걱정에 싸여 있었읍니다. 제가 급히 달려오면 무슨 변고가 생긴 것 아닌가 하고 모두 놀랄 것입니다. 신은 그 점을 염려했습니다”
재상의 말과 행동은 모두 국민의 주목 대상이다. 때문에 의연하고 안정된 몸가짐이야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신뢰감을 줄 수 있다. 큰 자리에 있을때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 큰사람의 몸가짐이다. 이해찬총리의 편향된 막말이 정국을 들쑤셔놓고 있다. 아무래도 李총리는 ‘부억칼’을 마구 휘두른 듯. 재상의 자리가 버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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