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왕손 카누트2세는 11세기 덴마크 왕으로서 영국을 지배한 최초의 왕. 카누트 주변에는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읊어대는 권력실세들이 많았다. “폐하께서는 이제까지 그 어떤 왕보다도 더 위대하신 왕입니다” “폐하보다 더 강한 왕은 없읍니다” “폐하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읍니다” 영명한 왕인 카누트는 아첨꾼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문무백관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갔다. 왕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짐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욍이라고 생각하느냐” “이 세상에서 폐하와 견줄 왕은 없읍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밀물이 들어오는 구나. 내가 명령하면 이 파도가 멈추겠느냐” “물론입니다. 명령만 하십시오. 밀려오는 밀물이 당장 멈출 것입니다”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장담했다. 왕이 외쳤다. “파도야! 멈춰라!” 그러나 파도는 계속 밀려와 왕의 발까지 적셨다. 카누트는 신하들에게 말했다. “짐의 권력과 힘은 이처럼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오”
권력의 힘만 믿고 오만과 독선에 빠진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말이었다. 인간의 힘과 권력의 한계를 절감한 카누트는 덕치로 국민의 아픔을 감싸주는 화합의 정치를 펼쳐 이민족인 잉클랜드인들로부터 ‘大王’이라 불려졌다.
대통령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모든 일을 임기내에 완수할 수는 없다. 5년임기의 시간적 제약과 국가 가용자원의 제약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통령은 임기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그에 대한 ‘집중’을 국정목표로 삼아 과감히 추진해야한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노대통령이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발등의 불은 내려앉는 경제를 추스려 세우는 것이다. KDI(한국개발원)가 외환위기후 처음으로 분기경제전망 보고서를 포기할 정도로 우리경제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視界제로’상태에 놓여 있다. 오죽하면 5만여 음식점 업주들이 솥단지를 내던지는 세계토픽감의 ‘솥단지데모’를 벌였겠는가. 국론분열을 일으키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일들을 억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일부터 챙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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