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은 이(齒)의 낮춤말로 동물의 이를 지칭한다. 이빨 하면 ‘핵주먹’ 타이슨이 언뜻 떠오른다. 97년 WBA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시합중 상대 선수 홀리필드의 귀를 두 차례나 물어뜯어 ‘인간상어’란 오명도 남겼다. 주먹 하나로 벌어들이 수만금의 재산을 문란한 사생활로 탕진, 막다른 골목에 몰린 타이슨은 막파식 잔인성을 발휘, 흑인사회에 먹칠을 했다.
이(齒)는 동물들의 생존 도구다. 이빨은 주로 음식물을 씹는데 쓰이지만 때로는 공격과 방어의 수단이 돼 ‘힘의 상징’도 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엔 이빨이 왕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박혁거세의 아들 남해차차웅이 죽자 신라 3대왕으로 태자 유리와 석탈해가 물망에 올랐다. 유리는 탈해가 왕이 돼주기를 바랐으나, 탈해는 “神器大寶(신기대보)는 보통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 사양하면서, “위인은 이가 많으니, 이빨 많은 이가 왕이 되기로 하자” 하고, 떡을 물어 이빨자욱을 본 결과 자욱이 많은 유리가 왕이 됐고, ‘잇자욱’의 신라말인 尼師今(니사금)을 붙여 ‘유리니사금’이라 불렀다.
이빨 많은 사람을 왕으로 삼았다는 것은 ‘연장자’를 먼저 임금에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年齒(연치)는 나이를 뜻하는 말. 따라서 이빨 많은 것은 나이가 많은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노인을 齒長, 나이순으로 자리를 정하는 것을 齒次라 했다. ‘애랑과 배비장’ 판소리에도 나오지만, 조선조 기생들 사이에선 情人의 이빨을 빼 간직하는 풍속이 있었다. 이 이빨을 경대 왼쪽 서랍속에 넣어두면 남자가 변심하지 않는다고. 그 ‘이빨 수’로 ‘기생의 능력’을 평가했다.
지구상에 생존했던 동물중 이빨의 제왕은 공룡이었다. 에드몬드사우루스라는 공룡은 이빨이 무려 2000개나 되었다고.
최근 이빨과 기억력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스웨덴 우메아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치아가 없는 사람들의 기억력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헌법재판소에 대해 ‘탄핵파동’때는 찬송가를 부렀던 열우당 의원들이 ‘천도’를 부결한 헌재에는 막말을 퍼붓는 ‘기억상실증성 언행’은 이빨이 상당히 빠져버린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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