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스피드 카메라’는 자비심 없기로 유명하다. 장관이든 총리든 한번 찍히면 사정 없이 벌금을 물어야 하고, 고속도로에서 순찰차로 근무중인 교통경찰까지도 규정된 속도를 위반했을 때는 “범인을 추적중이었다”등 합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여축 없이 벌금고지서가 날아온다.
뉴질랜드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지난 2002년도부터 지금까지 13명의 장관이 스피드 카메라에 21회나 찍혀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마이클 컬렌 부총리는 2차례, 피트 혹슨 교통장관과 해리 더인호반 교통안전장관도 각각 2차례 과속운전을 하다가 벌금을 맞았다. 최고기록은 존 타미헤레 청소년장관으로 그는 총 6차례나 스피드 카메라에 찍혀 780뉴질랜드달러(60여만원)을 물었고, 한번에 최고 300달러까지 낸 적도 있었다고.
최근에는 뉴질랜드 총리까지 과속시비에 몰려 자칫하다가는 법정에 설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헬렌 클라크 총리가 낀 차량행렬이 규정속도 100km 미만인 지역에서 130km로 달리는 것을 봤다고 시민들이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 사건은 ‘起訴’되어서 다음달 타마루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하게된다.
헬렌 클라크 여성총리는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본인은 차량 뒷자리에 앉아 일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총리를 수행한 경호경찰 5명과 민간인 운전자가 ‘위험운전’등으로 처벌을 받게될 것인데, 만약 이들이 딴소리를 할 경우 총리가 법정에 출두, 판사앞에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할 상황.
우리나라에서 장·차관이나, 자치단체장, 국장급 등 고위관리가 과속운전으로 벌금을 물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고, 재판을 받았다는 소리는 더더욱 없고, 벌금을 물었더라도 그 일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지 모르겠고, 시민 고발로 재판을 받게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한국 고위관리의 끗발이 그만큼 세다는 뜻이다.
그러나 끗발 자랑의 뒤끝은 결코 마뜩하지 않았다. 부통령 소리를 듣던 권력실세 박지원 전장관이 지금 재판을 받는 모습은 ‘권력의 뒤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 남은 눈마저 병이 들어 실명위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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