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속도가 경악할 수준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수출기업의 70%가 출혈선적으로 돌아섰다.10년전 일본은 ‘엔(高) 광풍’을 처절한 원가 절감 노력으로 극복했다.
현장 근로자의 아이디어를 과감히 채택하는 등 노사합심으로 이뤄낸 ‘도요다 방식’은 전설적인 귀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 외환시장의 분석과 예상은 대부분 弱 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달러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인위적 노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막대한 재정·무역 적자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
환율 급락 추세가 계속돼 1달러 1천원대도 붕괴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의 대응은 어떠한가. 공무원 노조의 불법 파업을 법대로 처리하는 것에 반발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17일 브라질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다”며 기업 사랑가를 뽑았다. 18일 열린우리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단독 처리했다.
경제 4단체는 “공정거래법 개정은 기업의 투자의욕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여당 의원들도 국내 기업들은 경영방어권 보장 장치가 미흡해 M&A위험에 노출돼 있어 차별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수출경기 호황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자하는 등 적대적 M&A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기업 애국론을 설파하는 동안 집권 여당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며 의결권 제한에 나섰다.
진정한 시장 개혁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명한 외국 경제학자는 한국이 2만불 소득시대로 도약하려면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기업이 7개가 더 있어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성장을 견인한 초일류기업을 개혁대상으로 취급하는 3류 책상물림·정치인들이 사시(斜視)를 교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개혁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식의 ‘일방통행 로드맵’으로는 제2의 IMF, 빈곤층 확산만 초래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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