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이빨이 없어도 음식을 잘먹고, 혀가 없어도 맛을 아는데 특히 단맛을 좋아한다. 코가 없어도 냄새를 잘 맡고, 눈이 없어도 빛에 민감하고, 허파가 없어도 피부로 호흡하고, 귀가 없어도 소리를 듣는다. 몸 전체에 이를 느끼는 세포가 분포돼 있기때문이다.
지렁이는 세계적으로 2700종이나 있는데, 그중에는 수명이 1년인 놈에서 5년 10년 사는 녀석도 있다. 몸을 두쪽으로 잘라놓으면 재생해서 두 마리가 된다. 양쪽끝에 입과 항문이 생겨버린다.
낮에는 흙속을 꼬물꼬물 다니면서 계속 흙을 먹고 배설을 하는데, 흙속의 모래만 골라 배속 모래주머니에 저장했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닭처럼, 그 모래로 음식을 씹어 소화시킨다. 이처럼 흙을 먹고 배설을 계속하니, 땅은 푸석푸석해져서 지렁이 많은 땅은 농부가 굳이 밭갈이를 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지렁이는 ‘비료생산공장’이다. 긴 창자속을 통과하는 동안 특별한 화학작용을 해서 흙이나 음식은 중성에 가깝게 되고 질산도 현저히 많아진다. 그래서 목초지에 지렁이를 많이 넣어두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고, 난초화분 에 몇마리 넣어두면 좋은 꽃을 풍성하게 볼 수 있다.
지렁이는 낚시 미끼로 잘 쓰이는데, 물고기들이 지렁이를 그렇게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지렁이는 금붕어 같은 관상용 물고기의 먹이로 최고다. 한방에서는 지렁이 말린 가루를 해열제로 쓴다. 지룡탕이라는 한약처방도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채소와 지렁이로 국을 끓여먹는다.
지렁이는 징그럽다는 선입관을 바꿀때가 됐다. 요즘 어린이들은 지렁이를 애완동물로 기른다. 만지면 촉감도 좋고 귀엽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사랑을 베풀면 지렁이는 한 없이 예쁘고 유용한 동물이다.
내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 찌꺼기를 지렁이가 멋지게 처리해 줄 뿐만 아니라 ‘비료’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한국불교환경연구원이 지렁이 보급운동을 시작했다.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쓰레기를 퇴비화할 때 얻는 경제적 이득이 연간 2조6천여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화분에 지렁이를 키우고, 아파트는 단위별로 ‘지렁이공동퇴비장’을 세워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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