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주순방에 나섰던 노무현대통령이 부시2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비위를 거스르는 아슬아슬한 LA발언을 했다.
“북한은 핵과 마사일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 주장하고 있다. 여러상황을 비춰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네오콘이 혐오하는 김정일의 핵무장 추진에 수긍이가는 측면도 있다는 발언은 쇼킹했다. 정부고위관계자는 LA발언이전에 부시행정부를 상대로 ‘미국의 일부 논객 상대용’이라는 사전설명을 하고 파장막기 정지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북 강경파들의 반응도 만만찮다.
“LA연설은 차치 하더라도 하와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묘를 지나친 것은 서운했다”며 노대통령에 섭섭한 감정을 토로 했다는 후문이다. 강경파 일각에서는 “막대기로 우리(미국)눈을 찌르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 23일 20여년간 미국의회에서 상하원의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이준구씨가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쓴소리를 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한나라당은 프렌드(friend:동지)당, 열린우리당은 에니미(enemy:적)당으로 보고있다. 집권여당이 합심해 미국과 교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미·자주의 깃발을 흔들고 ‘민족공조歌’를 열창한 결과가 ‘50년 혈맹 관계’의 균열이다. 세계사는 패권국가의 흥망사. 로마·페르시아·중국·스페인·영국등이 패권을 상속받으면서 세계사를 주도했다. 지금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21세기를 이끌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미국을 상대로 엄밀한 의미로 대등외교를 펼칠 힘을 지닌 나라는 없다.
‘부시의 푸들’이라고 조롱받는 영국의 블레어 총리나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자주의지가 희박한 졸장부가 아니다. 블레어 총리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사상가적 정치인이고, 고이즈미 총리도 ‘사마’라는 극존칭을 받는 日정계의 거목이다.
미국 정치권에서 적(敵)으로 분류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안보외교를 ‘철부지들’의 환심을 사는 정략으로 다뤄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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