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 서로 말 아끼고 경계 가족같던 마을 분위기 온데간데

▲ 10일 오전 경북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을 경찰관이 조사하고 있다.
9일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에서 발생한 독극물 사망 사고와 관련 소주병과 소주잔에서 농약 성분인 메소밀이 검출되면서 마을 전체가 두려움과 공포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과 유사해 사건 발생 후 주민들 간 서로 경계하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청송군 현동면 눌인 3리 마을은 31번 국도와 인접해 있으며, 52가구 93명의 주민들 중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고령으로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가족처럼 모여 산다.

평소에도 마을 주민들은 경로당에서 함께 모여 음식도 만들어 먹고 화투놀이나 윷놀이 즐기는 등 사이가 좋아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부러워하는 마을이다.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경로당엔 거실에 5명(여자 4명,남자 1명)이 모여 TV를 시청하고, 방에 8명(여자 6명,남자 2명) 등 화투 놀이를 즐기는 등 모두 13명이 주민이 있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올해 마을 이장을 맡은 박 모(62)이장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먹고 경노당 방에 화투놀이를 하고 있는 부인을 찾아가 함께 사고를 당한 허씨 부부 등 주민 3~5명과 김치냉장고에 들어 있던 소주를 꺼내 멸치를 안주 삼아 나눠 마셨다.

전 이장인 허모(68)씨와 소주 한 병을 더 꺼내어 박 씨는 두 잔, 김씨는 1잔을 더 나눠 마시건 중 가슴이 답답하다며 통증을 호소하고 쓰러졌다.

같이 노인정에 있었던 윤 모(64)씨는 119에 신고 후 쓰러진 허 씨와 박 씨에게 심폐소생술과 민간요법 실시했지만 끝내 박씨는 10일 오전 8시 10분쯤 사망했으며, 허 씨는 중태 상태이다.

윤 모씨는 "거실에 커피를 타 마시려고 물을 붓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 소리가 나방에 들어가 보니 두 사람이 쓰러져 심폐소생술에다 바늘로 손을 찌르는 민간요법까지 실시했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두 사람 중 한사람은 입안에서 흰색 이물질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여·70)는 "사고가 난 두 사람은 물론 마을 전체가 가족같이 지내기로 이 일대에서 소문이 자자한데 마을에 농약을 넣을 만큼 원한을 가진 주민은 없다"며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10일 국립과학수사원 감식 결과 이들이 마시던, 반쯤 남은 소주와 소주잔에서 고독성 살충제인 메소밀 성분이 검출되면서 지난 해 7월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과 유사한 사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멸치 등 다른 음식물에 대한 성분 분석과 함께 누군가 소주에 독극물을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을 보고 주민 등을 상대로 마을회관 출입자 등에 대해 탐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해 7월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중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 이 마을 박모 할머니(83)가 사이다에 농약을 탄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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