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지난 13일 파업사태를 이어오던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점거 9일째인 21일 새벽 이지경 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핵심지도부가 포스코 본관을 벗어남으로써 큰 불상사없이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보여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포스코는 지난 11일 포항제철소 출입문을 점거한 노조원들로 인해 업무가 방해된다며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으나 이틀뒤인 13일 본사가 점거당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관할 경찰서인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송성호 전서장이 경북지방경찰청에 수차례 경력증강을 요청했지만 경력지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포스코 본사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멀뚱하니 쳐다만 보는 꼴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21일 사태가 해결되자 경찰은 또다시 이상한 행동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새벽 이위원장을 붙잡은 뒤 2시간가량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경찰청 지침을 내세워 이위원장의 언론인터뷰를 금지시켜 버렸다.

그리고 경찰은 포스코 점거사태를 노조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졌다며 그 증거로 막대한 양의 흉기와 생수와 라면 등 비상식량을 내보였다.

또한 지난 23일 영장을 신청한 58명의 노조지도부와 강성노조원 전원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날개를 단 듯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경찰이 말한 대로 계획적 점거였을까?

이지경 위원장은 23일 영장실질실사를 받기위해 떠나기 전 ‘포스코 점거는 우발사태’였다고 밝힌 바 있고 이 전에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이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측이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도 노조측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후 13,14일에 걸쳐 비상식량 및 시위용품을 반입시킨 것으로 드러난 데다 13일 포스코 점거당시 찍힌 사진에도 노조원들이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조측의 입을 막아버리고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경찰의 말이 맞을까? 아니면 불법시위라는 이름아래 말할 자격마저 빼앗긴 노조측의 주장이 옳을까?

이지경위원장의 입을 원천봉쇄시킨 채 ‘계획된 점거사태’로 몰아가는 경찰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 또한 법치국가에서 불법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주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기자의 뇌리에 경찰이 더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