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서울대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주장…‘한국여성학’지 게재
언론인 출신인 김명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이달 말 발간되는 ‘한국여성학’지에 게재되는 ‘첨성대, 여신의 신전’에서 첨성대는 한반도 최초의 여왕인 신라 선덕여왕이 시조여신 서술성모(성조)의 신전을 돌을 다듬어 우물 형태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 첨성대(瞻星臺)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문화를 상징하는 건축물들 중 하나다. 흔히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로 얘기되지만, 그 실체는 아직도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김명숙 연구원은 이 논문에서 첨성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첨성대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존호 성조황고를 표상하는 여신의 신상이자 신전이면서 천문관측대이기도 하다. 첨성대는 우물인데 성혈·우물과 첨성은 신라인들의 신성인식에서 같은 의미연관체계 내에 있었다. 첨성대의 여신은 선사시대 위대한 여신에 뿌리를 둔, 신라 최고의 시조신이자 왕권의 수여자로서 신라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서술성모다.
둘째, 7세기 전반 신라에는 최초의 여왕뿐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여신상들이 출현했다. 첨성대가 불탑형식의 새로운 추상적 여신상이라면 남산의 할매부처는 구상적 여신상이다. 이 여신상들은 최초로 여성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종교-정치적 배경을 말해준다.
셋째, 첨성대는 다양한 여신상징들이 합쳐진 우주적 신성체였다. 우물·성혈, 여성 몸과 성기, 동굴, 검파형 상징, 선돌 등이 그것이다. 특히 가운데 창구는 성모의 옥문을 상징하면서 자궁인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다. 그 내부는 자궁 속의 자궁으로서 가장 신성한 공간이며 서술성모의 거주처다. 서술성모의 현신인 첨성대는 하늘과 땅(산)과 바다가 서로 만나며 이어지는 위대한 우주적 어머니(Great Cosmic Mother)를 표상하고 있다.
신라 건국의 주역으로 ‘이성’(二聖)으로 존숭된 박혁거세와 알영은 둘 다 우물 옆에서 탄생했다.신라에서 우물이 원래 여성과 관련됐음은 알영정, 재매정 등 여성 이름이 붙은 우물을 통해 알 수 있다.
신라의 여신전통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금장대 암각화, 울주 천전리 각석, 포항 칠포리 암각화 등에는 여성 성기를 그대로 묘사하거나 상징하는 문양들-(역)삼각형, 마름모-이 많다. 모두 여신의 상징들이다.
그 결과 즉위초기인 633년 궁궐 서쪽에 성조황고의 상징물로서 첨성대가 건립됐다. 황제여신(황고)이 시조여신 서술성모(성조)의 신전을 돌을 다듬어 우물 형태로 쌓아 올린 것이다. 당시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불탑형식도 취했다.
첨성대는 또 서술성모의 몸을 표상하는 여신상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느껴왔듯 첨성대의 곡선은 여체를 닮아있다. 첫 눈에 첨성대를 연상시키는 토우 여신상과 검파형 암각화는 첨성대가 여신상임을 실증적으로 알려준다. 검파형 암각화는 선사시대 지모신을 상징하는 여신상이다.
김명숙 연구원은 “신라문화는 우리들이 참고할 ‘오래된 미래’로서의 여러 독특한 측면들(성평등, 폭력적이지 않고 심미적인 남성성, 협치와 공동체성, 평화지향성 등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신라문화의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소중한 측면들을 총체적으로 그려보고, 이를 한국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초 이화여대 초청으로 온 네덜란드 여신연구 학자와 함께 첨성대를 방문해 그녀의 견해를 들었는데 제 논문의 내용과 일치되는 해석이었다. 여신의 신전으로서의 첨성대는 세계적인 새로운 관심거리로도 부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