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앓는 7살 쌍둥이 손주
이혼한 아들·며느리 두 아이 남기고 가출…감감 무소식
불편한 노구 이끌고 시장 난전서 횟감용 초장 팔아 연명
형 윤호 수술 받고 회복중…동생 윤철 치료비 마련 막막

기자의 방문에 기뻐하며 아픔도 잠시 잊은 채 할머니 품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윤호와 윤철 형제.

"내 마지막 소원은 불쌍한 윤호·윤철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자라는 것입니다"

포항시 북구 학산동 주공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명연(여·68)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름아닌 홀로 키우고 있는 7살 배기 윤호·윤철 쌍둥이 친손자 녀석들이 희귀한 병에 걸려 큰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재 몸이 불편하지만 매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나가 난전에서 횟감용 '초장'을 판다. 윤호·윤철이 낳은 아들과 며느리는 쌍둥이 손자를 낳고 얼마되자 않아 이혼했다. 그리고 둘다 집을 나간 후 지금껏 소식이 없다. 때문에 최씨가 하루종일 길바닥에서 판 하루 1만원 이하의 돈과 정부 지원금으로 3식구가 근근이 살고 있다.

손자들은 9개월만에 태어나 몇달간 인큐베이터(보육기) 신세를 지는 등 애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3년전 먼저 윤호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윤호가 음양수종(고환에 물이 차는 것)이라는 희귀한 병을 갖고 태어났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하는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의 형편으로는 엄청난 수술비 마련이 문제였다.

이같은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최씨와 함께 장사하는 죽도시장 상인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150만원을 전달했다. 또 여기저기서 윤호를 도우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드디어 지난해 7월 윤호는 서울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했고, 현재 회복중이다.

하지만 최씨의 아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생 윤철이도 평소 자주 불덩이 처럼 열이 나고 몸이 아팠다. 집 인근 병원에서는 감기증세 같다며 감기 치료를 했다. 큰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윤호가 수술을 받을 때 담당의사가 "쌍둥이면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 높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윤철이 역시 '요도하열'(어린 남자의 성기가 점차 기형화 되어 가는 것)이란 병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때서야 최씨는 윤철이가 평소 오줌을 제대로 못 봐 열이나고 아파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의사는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성기가 기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 역시 문제는 수술비 마련이었다.

현재 최씨의 한달 수입은 1종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60만원과 초장 장사로 버는 월 10만원 안팎이 전부다. 가슴이 답답했다. 최씨는 손자를 살리기 위해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가는 등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최씨의 이같은 정성을 하늘이 들어줬을까.

올해초 (사)한국복지재단 추천으로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윤철이의 수술비 전액을 지원받게 됐다.

윤철이는 올해 1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이 되지 않아 올해 12월 3차 수술날짜를 잡아 놓고 있다.

하지만 최씨에게 또다시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얼마전 시장에서 함께 장사하던 사람의 빚보증때문에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되어 버린 것.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최씨는 "손자들 공부시키기 위해 지금껏 먹고 싶은 것 먹지 못하고 모은 돈"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한마디로 윤철이 수술비는 해결됐지만 당장 서울을 오가야 하는 교통비는 마련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난전 장사 30여년. 이제 최씨에게 남은 것은 아픈 몸과 홀로 키워야 할 쌍둥이 손자외에 가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얼마전에는 식초를 사이다로 잘 못 알고 한 컵이나 마신 바람에 목에 심한 상처를 입어 장사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집을 나서며 "손자들이 건강하게 자라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다"는 최씨의 꿈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윤호·윤철 쌍둥이의 눈망울이 그 어느 아이들보다 초롱초롱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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