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 개선작업 분석
대구 도시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 개선작업 분석
  • 배준수 기자
  • 승인 2019년 07월 16일 20시 2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17일 수요일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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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8번 용역···혈세·행정력 낭비 '표본'
대구 도시브랜드 슬로건 개선작업 용역진행 현황. 김재우 대구시의원.

대구 도시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 개선작업은 2015년 시작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014년 취임한 뒤 ‘컬러풀 대구’가 과거 번성했던 섬유산업을 상징한다는 이미지에다 대구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면서 새로운 대구의 도시브랜드를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대구시는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검증된 ‘컬러풀 대구’를 디자인 원 모양 색상 2개만 바꾼 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김재우 의원과 도시브랜드 슬로건 개선작업 전반에 대해 확인작업을 진행했고, 총체적 부실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대구시는 수차례 공식 답변 요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 실패한 브랜드에 대구 정체성?

대구시는 최근 동그라미 색상 2개만 바꾼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에 대해 “색상 2개만 바꿨지만 2·28 민주운동의 발상지이자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부라는 대구의 자긍심과 열정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수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2015년 당시 대구시 도시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사실과 정반대다. ‘젊은 도시 대구’가 ‘컬러풀 대구’의 콘셉트였는데, 수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20년 전과 같이 대구하면 사과, 팔공산이라고 조사됐다는 것은 ‘컬러풀 대구’ 도시브랜딩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 도시브랜드 상징체계에 대한 시민 공감대 부족이 발생해 도시마케팅의 큰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우 의원은 “기존 ‘컬러풀 대구’가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대구시 스스로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동그라미 색상 2개 바꾼 뒤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으로 리모델링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잦은 변경에 중복 용역계약

도시브랜드 슬로건 개선작업 과정도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10월 15일 A 디자인회사와 1억5600만 원에 새 도시브랜드 구축 사업 용역계약을 맺었는데, 마무리 단계인 이듬해 7월 12일 ‘대구통합브랜드 개발용역 변경계약’을 통해 1500만 원의 용역비용을 추가해 모두 1억7100만 원으로 만들어줬다. 용역비 증액 사유로 대구시민 의견수렴과 브랜드 상징체계 선호도 조사를 추가로 실시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지만, 애초 최초 용역계약 때 과업에 모두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A 디자인회사는 추가로 과업을 수행하지 않고도 1500만 원의 용역비를 더 받은 셈이다.

대구시는 A 디자인회사와 3차례 더 용역 연장계약을 해줬고, A 회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자 과업분담 조정변경까지 해줬다. 김재우 의원은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가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공동계약으로 참여한 업체가 과업 중 파산해 충실하게 용역을 수행할 수 없는 회사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회사를 통해 대구시가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A 디자인회사와 5차까지 계약연장을 해주면서 용역 기간이 2017년 11월 30일 늘었는데, 대구경북연구원과 1억6500만 원에 6차 용역계약을 맺은 2017년 2월 22일~2017년 12월 18일까지 기간과 중복된다. 하나의 용역을 놓고 2곳의 회사가 중복으로 과업을 수행한 것이다. 8차 계약은 새로운 디자인회사 B사에 2200만 원을 주고 계약했는데, 과업 수행 기간이 대구경북연구원의 용역 수행 기간과도 겹친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용역 수행 기간은 2018년 11월 23일까지인데, B 디자인회사와의 8차 계약 기간은 2018년 2월부터 2018년 8월까지다. 마지막으로 동그라미 색상 2개 바꾼 B 디자인회사가 대구경북연구원보다 더 먼저 용역을 끝낸 셈이다.

△ 전문성 없는 용역기관

대구경북연구원이 용역을 맡은 사실도 문제로 거론된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라는 디자인 전문기관이 있는데도 정책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위탁한 것이다. 도시브랜드 안의 심층연구를 위해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주고 계약도 한 차례 연장해줬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지만, 문제점이 확인됐다. A 디자인회사가 용역 입찰 제안 당시 제출한 시안 ‘CITY OF DAEGU’를 대구경북연구원이 색상만 바꿔서 대구시 통합브랜드 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용역을 진행한 오동욱 박사는 “대구시가 앞선 용역을 통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경연구원이 떠맡은 상황에서 보다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경연구원이 용역을 맡을 당시 디자인 개발 중심이 아니었고, 우리가 디자인을 다룰 역량이 없었다”고도 털어놨다.

△ 2200만 원 짜리 결과물 전락

대구시가 지난달 내놓은 ‘컬러풀 대구’라는 결과물만 보면 결국은 2200만 원을 주고 설문조사를 거쳐 동그라미 색상 2개 바꾼 마지막 용역이 결과물이 됐다. 3억3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내놓지 못한 대구시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차선책이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4년부터 대구시민들에게 알려진 ‘컬러풀 대구’가 인지도가 높아 선호도 조사를 하면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 뻔한데도 마지막 용역에서 ‘컬러풀 대구’와 ‘핫플레이스 대구’를 놓고 설문조사를 벌여 ‘컬러풀 대구’를 최종 선택했다는 점도 뼈아픈 실수였다.

김재우 의원.

김재우 시의원은 “3억 원이 넘는 돈을 모두 쓰고도 결과물을 얻지 못한 대구시가 ‘컬러풀 대구’를 그대로 내놓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A 디자인회사와 대경연구원까지 맺은 7차 용역은 무용지물이 됐는데, 결국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도시 홍보 중장기 전략이 있었다면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는 홍보방향을 설정해서 충분한 도시 정체성 연구와 검증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디자인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권영진 시장은 대구를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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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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