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현장 물가] 대구 서문시장, 불황·차례 문화 변화로 매출 '뚝'
[추석 현장 물가] 대구 서문시장, 불황·차례 문화 변화로 매출 '뚝'
  • 전재용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08일 20시 0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09일 월요일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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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병원 이전 영향도 한 몫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밀집한 건어물 상가들 사이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차례를 지내는 집이 줄어 매출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차례를 지내는 집이 줄면서 매출이 해마다 줄고 있어요. 명절 특수는 진작 옛말이 됐죠”

대구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이 매출감소를 토로했다. 이를 지켜보던 옆 건어물 상인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차례상을 합치는 등 여러 차례상을 하나로 모으는 집이 많아 명절 특수는 없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추석 연휴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8일,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곳곳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명절 기간 효자 상품이었던 건어물과 제기 등 차례 관련 품목이 해마다 매출 하락을 거듭해서다. 상인들은 경기악화와 변화하는 차례 문화에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문시장에서 30년 이상 장사한 그릇판매상인 김모(56)씨는 올해 제사용 그릇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며 최소 40% 매출이 떨어진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서문시장 주차장과 가까운 동산상가나 서문시장 4지구 쪽에 제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인보다 매출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우울한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동산상가 지하 1층에서 제기를 파는 상인 김모(57)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5% 줄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올해 8월에 폭염이 집중되면서 이 기간에 휴가를 모두 떠났고, 실제 제기가 집중적으로 판매된 날은 8월 넷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 3주 정도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겠지만, 보통 한 달 전후로 제기를 구매하는 것을 고려하면 판매 기간이 짧아 매출이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는 3년 주기로 돌아오는 윤달이 포함된 해여서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처럼 제기나 병풍 또한 윤달에 구매하면 부정이나 액을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내 한 상회에 제기품목이 진열돼 있다. 제기물품 뒤로 상인 김모(56)씨가 올해 명절 제기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김씨는 “윤달이 포함된 내년에 제기를 구매하려고 올해 제기를 구매하지 않는 집이 꽤 많다”면서 “내년 명절에 판매가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손님으로 북적거린 먹거리 판매상인들도 남다른 속사정을 털어놨다. 젊은 연인부터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 칼국수와 분식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지만, 상인들은 매출이 감소한 상태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명절 특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데다 서문시장 맞은편에 있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지난 4월 성서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의 발길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칼국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이후 약 800명의 상인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매출이 줄었었는데, 동산병원까지 이전하면서 매출이 더 감소했다”며 “명절 특수로 직·간접적 이익을 누렸던 상인 모두 매출이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의 앓는 소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6년 화마를 겪은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이 자리를 잡은 대체상가 베네시움 건물 내부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이불과 커튼 등 침구류를 판매했던 4층은 아예 빈 점포가 됐다. 그동안 손님이 없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한 상인 중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나머지 상인들은 1∼2층 빈 점포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40년 이상 서문시장에서 한복을 판매한 상인 배모(65·여)씨는 “대체상가로 오고 나서 하루도 장사가 제대로 된 적 없었다. 가게를 접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상인들이 계속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내년 2월까지가 계약 기간인데, 그동안 남아 있는 상인들이 관리비라도 줄이자는 취지로 4층을 비우고 저층에 빈 점포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체상가 상인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배씨는 “많은 손님이 찾지 않아도 아직 상황을 지켜보는 상인들이 많다”며 “내년 2월 이후에 고층 빈 점포에 새로운 상가들이 들어서거나 밀집력을 키우면 이곳에도 발길이 좀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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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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