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경북의 숲] 영양 대티골 숲길
[경북의 숲] 영양 대티골 숲길
  • 정형기 기자
  • 승인 2019년 10월 23일 21시 50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31번 국도 수탈의 한 서린 숲길이 고요한 '치유의 숲'으로
대티골 숲길의 가을
‘대티골 숲길’은 영양군 일월면 최북단인 용화리에 위치하고 있고, 31번 옛국도와 일제강점기 임업자들이 만들었다는 산판길로 이뤄져 있으며 낙동정맥의 내륙에 위치해 있다.

또한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일월산을 품고 낙동강 상류지류인 반변천의 발원지인 뿌리샘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영양 일월산 자락에 일제 수탈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한(恨) 서린 길이기도 하다.
대티골 숲길 입구 표지석
봉화·영양·청송과 강원도 영월을 잇는 240㎞가 넘는 도보 길인 ‘외씨버선길’ 일곱 번째 ‘치유의 길’ 일부 구간이기도 한 이 길은 지난 2009년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티골 숲길은 자연림으로서 뛰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역사와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곳으로 소나무림(林)이 주는 웅장함과 신갈나무가 주는 아기자기한 정취로 걷은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치유의 숲으로도 각광 받고 있으며,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또 다른 자랑이다.

깊어가는 가을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은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어도 도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수양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사색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듯하다.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은 길은 원래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31번 국도로 산의 등줄기와 목덜미를 잘라 길을 내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봉화군 장군광업소로 실어가는 도로였으며, 해방 후에는 일월산의 질 좋은 소나무를 베어내 옮기는 임도(林道)로 사용됐다.

이처럼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恨) 맺힌 길은 1990년 초 새롭게 포장된 직선도로가 생기면서 우리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 갔으며, 자연스레 발길이 끊어졌고 길은 방치됐으며, 금강송이 즐비한 옛 국도길 중간에 서 있는 ‘영양 28㎞’라는 빛바랜 이정표가 수탈과 훼손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을 뿐이다.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은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일월산자생화공원에서 시작해 대티골 경로당, 대티골 숲길 입구, 진등 반변천 발원지 쉼터, 칠(칡)밭목 삼거리(옛마을길 끝 지점), 반변천 발원지 이정표, 큰골삼거리, 대티골 주차장, 숲길입구, 일월산자생화공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7.6km 정도 거리로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잡아야 하지만 형편에 따라 중간에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대티골 술길 입구 야생화 공원
대티골 숲길 시작점인 ‘일월산자생화공원’은 1939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경북 내륙의 가장 깊은 일월산까지 들어와 광물을 수탈해 갔으며, 일월산 광산에서 캐낸 금·은·동·아연은 일본 나카가와광업주식회사에서 건설한 선광장으로 옮겨 광물을 제련했던 곳으로 2000년대 영양군이 자생화 공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대티골 숲길은 31번 옛국도로 평탄하게 잘 다듬어져 있고 굽이도 심하지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잘생긴 소나무들 사이로 나 있어 가족들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혼자 생각에 잠겨 걸어도 좋고 여럿이 수다를 떨며 걸어도 좋을 길이다.
대티골 술길이 옛 국도 31호선임을 알수 있는 옛 이정표
옛국도를 따라 천천히 주변 풍경을 보면 군데군데 돌로 쌓고 무너져 내린 흙을 치우며 다듬은 흔적이 볼 수 있으며,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영양 28km’라는 녹슬고 칠이 벗겨진 오래된 이정표만이 옛 도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국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외씨버선길 끝나는 곳에 칠(칡)밭목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봉화로 가는 외씨버선길로 그 주변은 울창한 낙엽송과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은 계곡 옆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볼만하다고 한다.

대티골 술길 내 희망우체통
△반변천 발원지 뿌리샘.

대티골 숲길에는 반변천 발원지 뿌리샘이 있다.

반변천 발원지인 뿌리샘은 동굴처럼 둥근 암반에서 많은 물을 쏟아내고 있으며 물이 차갑고 시원하다.

대티골 숲길을 걷다보면 텃골, 깃대배기, 깨밭골, 칠(칡)밭목, 말머리등, 샘물내기, 왕바우골, 그루목, 쿵쿵목, 진등 등 정겨운 옛 마을 이름을 딴 이정표가 있으며, 일월산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담비, 삵을 비롯해 너구리, 족제비, 노루, 고라니, 멧토끼가 살고 있어 가끔 숲을 찾은 손님들을 반기기도 한다.
대티골 숲길을 걷다보면 볼수 있는 계곡
대티골 입구 돌에 글을 새긴 표지석 대티골 숲길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대티골 사람들이 막히거나 무너진 숲길을 보수하고 정비해 생태 치유의 길로 가꾸어 옛 국도뿐만 아니라 댓골길, 옛마을길, 칠(칡)밭길 등을 ‘아름다운 숲길’로 되살려냈다.
대티골 숲길 내 웅덩이에 떨어진 단풍
길 중간중간에 그네와 의자 등을 갖춘 쉼터를 만들고 이정표를 세웠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대티골 숲길은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 부문‘아름다운 어울림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일으켰던 제주 올레길보다 1년 먼저 열린 길이 바로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이다. 길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방치되었던 옛길이 그 어느 길보다 아름다운 숲길로 태어났다.

정형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