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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1. 신정옥 화훼장식 명인
[명인] 1. 신정옥 화훼장식 명인
  • 배준수 기자
  • 승인 2019년 10월 27일 21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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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을 꽃에 녹여내는 것 궁극적인 목표
화훼장식 분야 대구시 달구벌 명인인 신정옥씨가 자신의 압화 작품 앞에서 30녀연 전 꽃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경북일보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경북·대구 지역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인 대한민국 명장으로서 숙련기술 발전에 힘을 보탠 8명을 차례로 소개했다. 지역의 명장 100명 가운데 엄선한 8명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과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숙련기술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일깨웠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이름을 얻지는 못했지만 ‘달인’의 경지에 오른 최고 장인인 ‘명인’들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명장 못잖게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갖추고 기술발전에 공헌한 기술인들의 열정 또한 뜨겁기만 하다. 편집자 주

2018년 대구시가 선정한 화훼장식 분야 달구벌 명인. 2018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뽑은 화훼장식 분야 우수숙련기술자. 세계여성발명대회 금메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신진여성 과학기술상. 특허청장 상. 농림부 장관상. 화훼장식 분야 대구시장 표창, 화훼 분야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10기. 화훼장식 분야 기사·기능사 국가고시 감독 및 심사 위원….

화훼장식 분야에 35년 이상을 몰두한 그녀는 수많은 타이틀을 얻고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신정옥(59) 달구벌 명인은 “AI(인공지능) 등 IT 기술을 꽃에 녹여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화훼장식 분야 대구시 달구벌 명인인 신정옥씨가 IT와 화훼의 접목만이 앞으로 화훼산업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영원히 볼 수 있는 꽃.

그냥 꽃이 좋았다. 대자연이 주는 선물이어서다. 싫증도 나지 않았다. 1985년 아마추어 플로리스트로 입문해 꽃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꺾으면 이내 시들어버리는 꽃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볼 수는 없을까.”. 신정옥 명인은 꽃바구니를 만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달려들었다. 프레스 플라워(압화)를 찾아냈다. 당시에는 액자나 비닐 코팅 등 간단한 장식용으로 쓰이고 있었지만, 그나마 꽃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압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꽃밭의 화초, 산의 열매, 골목의 풀 등 재료가 될만한 것들은 모조리 프레스 플라워로 탈바꿈시켰다. 벽에 부딪쳤다. 보존방법이 견고하지 못한 탓에 쉽게 바스러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색이 변해버렸다. 더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꽃을 간직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크릴 수지액이 잘만 다루면 아주 견고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비교적 변색 없이 압화를 보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정옥 명인은 “건축업을 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운 인테리어 소재로 아크릴 압화를 활용하고자 했다”며 “먹혀들었다”고 했다. 실제 그녀는 1996년 서울꽃박람회에 아크릴 수지 액을 활용한 압화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유리도 아닌 것이 초도 아닌 것이 꽃을 먹었다’는 극찬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잠시. 아크릴 수지 액을 경화제로 굳히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 황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색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신정옥 명인은 “천연염료를 바탕으로 꽃 스스로 물관을 통해서 염색물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개발해낼 수 있었다”며 “꽃이 스스로 좋아하는 염색물을 먹도록 했고, 바르거나 칠하는 것과 달리 하나하나 낱낱이 색이 스며드는 방식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꽃, 인테리어 소재가 되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모험의 성공을 위해 뉴질랜드 유로피언 플로리스트 코스 수료, 대구대 디자인 석사학위, 동서대 디자인 박사학위 수료, 염색대학 졸업 등 화훼디자인 기술력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인테리어 재료로서 꽃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게 찾아낸 재료가 양파와 옥수수 껍질이었다. 꽃과 꽃잎을 잘라 붙여도 영 모양이 나지 않던 차에 양파가 그 자리를 대신해줬다. 천연염색을 통해서는 오히려 더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옥수수 껍질 또한 고유의 선을 잘 살리면 다양한 모양을 낼 수 있었고, 반투명성의 옥수수 껍질은 조명 인테리어 소재로도 좋았다. 대나무와 연뿌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압화를 조명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것도 신정옥 명인의 주된 관심사다. 고유의 열 때문에 압화의 색을 단시간에 변하게 만드는 할로겐 등 대신 LED와 EL을 활용했다. 빛을 고르게 공급하면서도 열 발생이 거의 없어 ‘딱’이었다. 특허 출원과 함께 여성발명 우수사례 발표에서 특허청장 상을 받기도 했다. 압화 기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그녀는 “새로운 LED 인테리어 조명의 개발은 해외 원천기술을 사서 이를 2~3배의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되파는 방법이 된다”며 “압화와 평면 발광 소재를 접목한 조명 가구 디자인은 인테리어 영역을 그만큼 넓혀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녀는 지역특산품을 활용해 대형 유리판 형태로 생화건조화기법을 개발·양산해 건축과 인테리어에 적용하고 있고, 지역특화 선도기업으로서 수출 성과까지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

신정옥 컬렉션, 신정디자인 글래스 대표를 맡고 있는 신정옥 명인은 “자연이야말로 가장 뛰어나고 가치 있는 미래”라고 늘 강조한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꽃 연구하다 일생을 마칠 생각이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신정옥이 나올 수 있고, 암울하기만 한 우리의 화훼산업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신정옥 명인은 “화훼산업이 농업이나 제조업, 서비스업에 그치면 안 된다”며 “꽃 소비 감소에 따른 화훼산업의 몰락만 걱정하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신기술 접목에 열을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내가 그 선봉에 서려고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서 품위 있는 작가의 길은 포기했다. 사업화를 택했다. 따라 그릴 수도 따라 만들 수도 없는 자연이지만, 신정옥 명인은 각종 신기술로 무장한 채 사업화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꽃을 비롯해 자연을 담은 가구, 소품, 파티션, 포인트 타월 등 플라워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을 넓혀놨고,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AI와 꽃을 접목한 말하는 화분, 모바일 신소재로서의 식물 완구 등 화훼와 IT의 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신정옥 명인은 “갈수록 만연해지는 기계문명과 차가운 IT 세상에서 자연의 문양과 감성을 전해주는 매개체가 바로 꽃이고 꽃을 활용한 인테리어 소재가 되고 있다”며 “끊임없는 연구와 발명과 특허를 통해 궁극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자연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학 양성 그리고 봉사.

50년 이상을 건축업에 종사한 신정옥 명인의 아버지는 일본 유학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면서 탈곡기를 개발했고, 남들보다 4~5배 많은 양의 쌀을 수확했다. 신 명인의 아버지는 이 기술을 다른 농민들에게 전수했다. 아버지는 또 건축일을 하면서 아무리 화가 나도 고함을 지른 적 없었고, 아랫사람에게 절대 하대하지 않았다. “네가 살고 있는 것은 네 생이 아니라 네 자식의 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신정옥 명인은 금과옥조로 여긴다고 했다.

아버지의 말씀에 꽃을 보태고 살아온 신정옥 명인은 봉사도 병행했다. 늘 바른말과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준 아버지를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정옥 명은 국제로터리 3700지구 봉사위원장으로서 18년 동안 장학금 사업과 홀몸노인·장애인 돌봄에 앞장섰고,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꽃을 매개로 한 인성교육도 해나갔다.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로서 특성화고교나 폴리텍대학에서 화훼가공분야가 매력적인 미래산업이라는 점도 알리고 있고, 30년 이상 쌓아온 자신만의 기술력을 전수하고 있다.

신정옥 명인은 “꽃과 함께 했기에 밤을 새우면서도 늘 즐거웠다”며 “이 기쁨을 후배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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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배준수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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