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사기범 알고보니 정신병력…안전하게 생활관 입소

김해경 검사

"피의자들의 범죄 근원에는 간혹 사법기관에서 따스함으로 감싸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지청장 장인종) 김해경(34) 검사의 미담사례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김 검사는 지난 3월 말 형 종료로 순천교도소에서 출소한 지모(여·46)씨가 대전에서 경주까지 택시를 타고 온 뒤 택시비 17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혐의로 경주경찰서에 구속된 사건을 배당받았다.

김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한 보완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지 씨가 상습사기 및 사기죄로 7년을 교도소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6회에 걸쳐 택시 무임승차로 구속·수감생활을 하게 된 점을 주목하고 지 씨를 직접 불러 면담조사를 벌였다.

김 검사는 보완조사과정에서 지 씨가 수 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수감 중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 감정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신병력을 확인한 김 검사는 단순 무임승차이나 누범기간 중 상습범으로 지 씨를 기소할 시 중형이 예상돼 처벌보다 정신치료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김 검사는 지 씨가 보호자가 없는 점을 고려, 가족 동의없이 석방 요건에 필요한 여성출소자 보호시설을 찾기 시작해 한국갱생 보호공단에서 운영하는 전국유일의 여성출소자 생활관인 '삼미생활관'이 경기도 오산시에 있음을 확인하고 이 시설 입소 절차를 밟아 지난 4월 11일 지 씨를 석방했다.

김 검사는 지씨에게 여비를 지원하고 담당계장을 동행시켜 피의자가 안전하게 생활관에 입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 검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 씨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을 찾아주기 위해 경주시에 가족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발급의뢰를 통해 남동생이 대전에 거주하는 사실을 확인, 휴대전화 조회를 통해 남매가 상봉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현재 지 씨는 삼미생활관에서 안정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봉투제작 작업에 참여해 부업을 하고 있으며, 향후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면 직업훈련을 통한 새 인생을 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검사는 울산지검에 근무하는 남편 기노성 검사(34)와의 사이에 1살바기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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