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가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규봉 전 감독, 장윤정 전 주장, 김도환 전 선수에 대한 선고 공판 직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9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고(故) 최숙현 선수 등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규봉(43)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상습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장윤정(32)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최숙현 선수의 선배인 김도환(26)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수강, 3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했다. 앞서 검찰은 김규봉 전 감독에 대해 징역 9년, 장윤정 전 주장에게 징역 5년, 김도환 전 선수에게는 징역 8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규봉 전 감독에 대해 “선수들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습 폭행, 폭언, 가혹 행위와 사기 등을 범행을 저지르고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 선수들에게 허위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는 방법으로 은폐하려 했다”면서 “피고인은 범행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해서 피해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느끼게 했고. 현재까지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숙현 유족과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사기범행으로 얻은 실질적 이익이 적은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장윤정 전 주장에 대해서는 “최고 고참 선수로서 감독 못잖은 영향력을 이용해 가혹 행위를 해 죄책이 무겁고, 김규봉 피고인과 범행은폐 시도도 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사회적 유대감이 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김도환 전 선수에 대해서는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김규봉과 장윤정 피고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범행을 저지른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판부는 여러 양형 기준과 법률에 따라 형을 정하기 때문에 유족과 피해자들이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을 모두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형을 가장 무겁게 받아야 할 김규봉에 대해 구형량보다 2년이나 감형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며 반발했다.

김규봉 전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18차례에 걸쳐 팀 소속 선수들에게 상해를 가하고,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피해 선수들에게 억지로 1㎏ 정의 피자와 빵을 먹게 한 혐의를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주시체육회에서 항공료를 지급했음에도 16명의 선수로부터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63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기소됐다.

장윤정 전 주장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소속 선수들에게 철제봉으로 다른 피해 선수를 폭행하도록 교사하거나 직접 때리고,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선수들에게 억지로 과자를 먹게 하거나 속칭 원산폭격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도환 전 선수는 2016년 2월께 훈련 중 아동인 피해 선수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거나 2017년 6월께 훈련 중 피해 선수가 엄살을 부린다는 이유로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상윤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팀닥터’로 불리며 최숙현 선수 등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운동처방사 안주현(45)에 대해 징역 8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재범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었다. 이 판결에 대해서도 최숙현 선수 유족과 피해 선수들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한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김규봉 전 감독. 경북일보 DB.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장윤정 전 주장. 경북일보 DB.
김도환 전 선수가 직접 쓴 사과문. 경북일보 DB.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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