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빠른 재무·금융에 대한 관심, 삶의 선택지 늘려줄 것"

연구실에서 업무 중인 모습.
‘과학기술’은 국가산업 경쟁력이자 국력 원천이다.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부교수 김준식(35)씨다.

그는 포항 경북과학고등학교 9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카이스트 대학교에서 수학과를 전공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전공 재무 분야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공학연구센터 위촉연구원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인천대학교 글로벌 정경대학에서 변동성 예측·실증적 자산 가격 결정·행동재무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1문 1답이다.



△ 경북 또는 포항과의 인연.

-구미에서 태어나 형남초등학교, 신평중학교, 경북과학고등학교를 거쳐 카이스트 수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재무 분야의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었으나, 고등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지내면서 성격이 많이 활발해졌다.

구미에 살면서 포항에 올 일이 거의 없었는데, 원서를 내고 처음 고등학교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작고 조용하다는 첫인상을 받았었다. 또 학교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각종 경시대회에 수상하는 등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 친구들을 따라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실제 1학년 때 수학과목에서 30점 정도를 받아 절망에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잘 극복해 2학년 때 카이스트에 지원했고, 카이스트 수학 분야 면접 시 실수를 했음에도 다행히 합격해 입학할 수 있었다.

고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수학과 상당한 악연이 있었음에도 수학이 좋고 재미있어서 카이스트 입학 후 수학과에 지원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아이러니함도 느낀다.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들과의 사진.
△ 교수가 된 이유.

-어렸을 적 장래희망은 수학자나 과학자였다. 사실 과학고등학교의 존재를 안 것도 중학교 3학년이었다.

경북외국어고등학교가 구미에 위치하고 있어 외고의 존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지만, 중학교 3학년 진로 상담 중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과학고등학교를 알게 돼 지원했다.

수학이 좋아 카이스트 수학과로 진학했으나 학사 졸업 당시,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에 경영공학전공 석사로 진학했다.

그리고 석사과정 중 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박사학위까지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개 재무 분야의 박사학위를 마치면, 일반적인 이공계열과는 달리 박사 후 연수(포스닥 과정)를 가기보다는 업계 쪽으로 취직하거나 연구직(연구원·교수 등)에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혼자서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연구직에 지원하였다.

연구직 내에서도 연구원과 교수는 차이가 있다.

연구원은 자신이 원하는 연구보다도 연구소의 방향성을 따르는 연구를 하는 직업인 반면,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특징이 있다.

대신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의 의무가 주어져 있다.

결국 원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교수직에 집중해 지원했으며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인천대학교에서 연구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10회 KBR(Korea Business Review)에서 심사자로 참여한 당시 최고 심사상을 받는 모습.
△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는데 경영 계열로 방향을 전환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전공을 바꾸게 된 이유와 현재 만족도는?

-카이스트를 다니면서 정말 뛰어난 선배·동기·후배들을 많이 봤다.

한참 어린 후배가 대학원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고, 같은 과목을 수강했던 동기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고민이 계속되던 중 대학교 4학년 때 카이스트 경영 경제 프로그램(Business Economic Program)을 수강하게 됐다.

지금은 대전 카이스트 본원에도 경영학 주전공이 있지만, 당시에는 부전공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고, 강의하시는 교수님들도 외부에서 초빙된 강사 또는 교양학부에 속한 분들로 기억한다.

이때 경제학 원론·재무관리·투자론·회계학 원론 등의 과목들을 수강했고, 수학과에서 배웠던 수리적 방법론을 이용해 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는 점에 큰 흥미를 느꼈다.

결국 기나긴 고민 끝에 경영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현재는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성향과 재무 분야가 상당히 잘 맞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 동료들과의 모습.
△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주로 주식시장, 그중 주식시장지수(stock market index)의 수익률 및 변동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짧게 설명하자면 기업이 규모를 키우면서 많은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고자 할 때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하게 된다.

이때 투자자들은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을 구매하고, 기업은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판매하면서 투자받은 자본을 이용해 규모 확장·기술개발·신사업 착수 등에 매진한다.

기업공개 후 기업이 발행한 주식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기업공개 시 구매했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

이처럼 주식투자를 할 때 마주치는 ‘위험’(risk)에 해당하는 수익률 변동성에 대한 예측,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는 여러 요소의 발견 및 예측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최근에는 위험과는 다른 ‘불확실성’(uncertainty)이 주식시장의 수익률 및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위의 연구들과는 다른 관점인 행동재무학 중 투자자심리(investor sentiment)에 대한 실증연구도 진행 중이다.

행동재무학이란 기존의 이성적 투자자(rational investor)를 가정하는 경제학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투자자의 비이성성(irrationality)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 전통적 재무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자본시장의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분야다.

이 중에서도 투자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척도를 추출하여 주식시장의 지수 수익률 예측, 위험과 수익의 관계 등의 특이성을 분석하고 있다.



△ 재무 분야의 의미와 중요성은?

-기업들의 성장에는 재무 분야가 필연적으로 관련될 수 밖에 없다.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기업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 등 결국 어떤 분야의 기업이라도 규모를 확장하고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추가적인 자본의 투입이 필수다.

이런 자본의 투입 부분에 재무 분야의 연구가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주식발행 시 기업의 가치가 모두 반영된 주식가격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이 나아가야 좋은 기업들이 규모의 확장에 대한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스타트업 열풍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인재들의 많은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인재들이 많은 도전을 한 이유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에 대한 열망도 있었겠지만, 도전의 성공에 뒤따르는 많은 보상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혁신적인 기업의 탄생 및 성장에 재무 분야의 연구 및 발전이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재무 분야 교수로서 이루고 싶은 결과물, 업적 등 꿈과 목표가 있다면?

-재무 분야 교수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펼쳐, 좋은 기업이 자본을 잘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처음 교수가 될 때보다는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연구에 대한 내 열정과 태도를 잘 유지하고 싶다. 또한 나를 거쳐 간 학생들의 삶에 내 강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포항과 경북에는 포스텍, DGIST, 방사광가속기 등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 어떻게 잘 활용하면 4차 산업 혁명 시대 과학 기술을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일반적인 이공계열 연구자가 아니기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풍부한 R&D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주체가 포항과 경북에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세제혜택 등의 지자체 지원을 통해 R&D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한다면, 기업과 R&D 인프라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업이 유치됨에 따라 근로자들이 경북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최근 문제가 되는 인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포항을 비롯한 경북만의 차별화된 지원과 고유 자원을 이용해 풍부한 R&D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함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주체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중 환경(Environment)의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도 있겠다.

포항의 경우, 우리나라 철강 생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포스코가 위치해 있는 데, 포스코 입장에서는 철강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이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처럼 과다한 탄소 배출과 같은 지역의 특수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특화된 R&D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기업의 발전과 더불어 포항과 경북의 R&D 인프라의 적극적 활용 및 발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삶에 대한 조언이나 지혜,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 등을 자유롭게 말해보자면.

-아직 삶을 오래 살아보지 않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 시절 수학과 학사과정을 보내면서 재무 분야의 교수가 될 줄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현재 모습은 그때의 계획에는 없던 모습이다. 따라서 삶의 큰 방향은 정해 놓되, 상황과 환경에 맞춰 대응하는 삶을 살아가길 추천한다.

또한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들을 옆에 두길 조언하고 싶다.

우수한 사람들의 뛰어난 성과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열등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우수한 사람들의 장점을 본받아 다른 이들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의 절대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 독자나 후배, 또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이 공부하거나 직업으로 가질 분야 외에도 추가적으로 재무 또는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갖길 바란다.

우리나라 사회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이상 우리들은 결국 자본, 구체적으로는 돈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삶의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반드시 재무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해 학위를 취득할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이른 시점에 지속적으로 재무·금융에 대하여 관심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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