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터키 드론에서 대전차미사일까지…서방이 지원한 무기

가디언·FT 등 분석…“러시아군 허점 공략하는 데 지원받은 무기 잘 활용”

“고공방어 무기 빠진 건 한계…전투기 지원도 고려해야”



18일(현지시간)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 모습.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외곽은 물론 서부 도시 르비우에 대해서도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가했다. 연합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강급’으로 여겨지던 러시아군의 공격을 3주 이상 놀랄 정도로 잘 막아내고 있는 데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연한 저항 의지 못지않게 서방이 지원한 최신 무기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많은 분석가가 지적한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들의 면면과 이들 무기가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분석했다.

1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무기 가운데 하나인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은 2019년부터 우크라이나에 판매됐으나 정확한 판매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추정으로는 최대 50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분석가는 이 드론을 ‘드론계의 도요타 코롤라’라고 지칭했다. 일제 베스트셀러 소형승용차 코롤라가 최고급 스포츠카만큼은 못해도 그것의 80% 기능은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드론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바이락타르 이외에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스위치블레이드 드론도 우크라이나의 전력에 가세할 전망이다. ‘가미카제 드론’으로도 불리는 이 드론은 경박격포에 장전해 발사한다.

발사되면 날개가 펴지고 목표물까지 유도 비행한다. 가장 강력한 버전은 시속 184㎞ 속도를 내며 작전 범위는 80㎞에 이른다.

미국의 최근 지원 계획에 포함된 또 다른 무기 가운데 하나인 FIM-92 스팅어 미사일은 휴대용 대공방어 시스템(Manpads)이다. 지상군이 주로 사용하지만 헬리콥터에 장착해 쓸 수도 있다.

1980년대 옛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맹활약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스팅어 미사일 시스템 600기를 지원한 데 이어 800기를 더 제공할 예정이며 다른 나라들이 지원을 약속한 물량도 500기에 이른다.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시스템 재블린은 러시아군 탱크를 잡는 데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미국은 기존에 제공된 물량 이외에 재블린 2천기를 더 보낼 계획이다.

조작이 간단한 스웨덴제 AT4 휴대용 대전차 무기는 미국(6천기), 독일(1천기), 노르웨이(2천기), 스웨덴(5천기) 등이 제공했거나 할 예정이다.

영국이 3천615기를 지원한 NLAW 대전차 미사일과 발사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길이 1m 남짓에 무게가 12.5㎏인 이 미사일은 조작하기가 간단하지만 최대 사거리가 800m에 불과하다. 미국도 1천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국은 지대공 미사일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진 스타스트리크 미사일을 공급해 주기로 했다. 이 미사일은 발사된 후 가속하며 레이저로 유도되는 3개의 자탄을 포함하고 있어 목표물 타격 가능성을 높여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단시일 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을 점령하겠다는 러시아의 계획을 좌절시킨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외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들을 잘 활용해 러시아군에 타격을 안기고 수송행렬을 지체시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단행된 군 개혁에 따라 대대전술그룹(BTG)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했다. 탱크, 곡사포, 대포, 대공방어 시스템 등을 갖춘 각 BTG는 신속한 공격과 장거리 공격을 전환해서 구사할 수 있고 다른 단위부대들을 지원할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개별 BTG가 75대가량에 달하는 차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반면에 보병 병력은 200명에 불과해 후방이나 측면 공격에 취약하다. 더욱이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계획을 미리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급 물자 확보나 정비 계획을 미처 세우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됐다.

보병의 측면 엄호를 받지도 못한 채 도로를 이동하는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좋은 표적이 됐고 재블린을 비롯한 소형 무기들의 먹잇감이 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한편 BBC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지원한 무기들이 우크라이나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대공 무기, 특히 고공에서 적 항공기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미국의 지원 목록에는 견착식 스팅어 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198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구식 무기다. 특히 저공 비행하는 헬리콥터나 고도 3천800㎞ 이하로 나는 비행기를 잡을 수는 있지만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러시아군 폭격기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은 확전 가능성 때문에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가 미국으로부터 전투기를 공급받는 대신 자국이 보유한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미국은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전 미국 육군 대령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옛소련이 베트남전 당시 월맹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지만 미·소간 갈등이 격화하지는 않았다면서 미그-29기나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전투기를 지원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영공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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