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보복 조치 확대…펠로시 개인·가족도 제재
전투기·군함 대거 대만해협 중간선 넘어…실탄사격은 언급 없어

5일 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항공기가 대만에서 불과 68해리(약 125.9㎞) 떨어진 중국 푸젠성 핑탄섬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
중국은 5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2∼3일)에 대항해 8개항의 대화·협력 단절을 포함한 대미 보복 조치를 쏟아냈다.

아울러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군함 수십대를 진입시키는 등 강도 높은 군사행동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전날 실시한 미사일과 장사정포 실사격은 이날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미국과의 일부 대화·협력 채널을 끊으면서 경제와 외교 당국간 소통 채널은 닫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중국도 파국적 상황은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펠로시 관련 첫 대미 제재 세트 발표

이날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반격 조치라면서 양국간 전구(戰區) 사령관 전화 통화 일정을 잡지 않을 것이며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각각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미중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마약 퇴치 협력, 기후변화 협상을 각각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중국의 강렬한 반대와 엄정한 항의를 무시한 채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 대해 제재 조치를 선포한다”며 이 같은 8개항의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외교부는 이날 펠로시 의장과 그 직계 친족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내정 간섭이자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에 대한 침해, 하나의 중국 원칙 유린, 대만해협 평화·안정 위협으로 규정하며 펠로시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결정을 밝혔다.

제재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중국 입국 금지, 중국내 자산동결,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 금지 등 상징적 조치들일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개인과 가족에 대한 제재와 이번 8개항 대화·협력 단절은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을 겨냥한 첫 번째 제재 세트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일 대만에 대해 일부 품목의 수출입을 중단하는 등의 경제 제재 조치를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중국의 대화·협력 단절 대상에서 경제 및 외교 당국간 대화 채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양국 관계를 전면적 단절 수준으로 몰고 가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 시도 계속…전투기 68대·군함 13척 ‘선’ 너어

지난 4일 대만 통일전쟁 리허설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미사일·포사격을 실시했던 중국은 이날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군용기와 함정 수십대를 보내는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대만 국방부는 5일 성명을 통해 “오늘 오후 5시 기준 중국 전투기 68대와 군함 13척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었다”며 “탄도 미사일 발사든 대만 해협 중간선의 의도적 침범이든 이러한 중국군의 활동은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공중 정찰 병력, 해군 함정 급파하고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 상황 감시와 대응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호한 대응으로 국가 안전을 지키고 민주·자유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과 4일에도 중국군 군용기 각 22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가 돌아갔다. 5일 대만해협 중간선 공세에 동원된 군용기 숫자는 3, 4일을 합친 것보다 많았던 셈이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 2∼3일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기는 포 사격과 군용기·군함 전개로 이 선을 무력화하고 있다.

5일 훈련에 대해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계획에 따라 대만 북부, 서남부, 동부 해·공역에서 실전화 훈련을 계속해 전구 부대의 작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날의 탄도 미사일 및 장사정포 발사와 같은 ‘실탄사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부전구는 4일 대만 주변 해역에 탄도 미사일 11발을 발사하고, 대만해협 동부 해역에 장사정포를 대거 발사하는 등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인 뒤 “모든 실탄사격 훈련 임무는 이미 원만히 완성됐다”며 “관련 해·공역에 대한 통제를 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곳의 훈련 구역에서 4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7일 정오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고 2일 밝힌 바 있다.

만약 가장 위협적인 실탄사격을 4일부로 마친 것이라면 미국의 맞불 작전에 따른 군사적 충돌 위험을 감안해 무력시위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중국이 4일 미사일 발사 등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벌인 이후 미국 국방부는 인근 필리핀해 북부에 배치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지역에 주둔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아세안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 지역 동맹국과의 안보 약속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하는 오랜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대만해협도 정상적으로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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