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안동에서 파격 행보…한국 문화 존중"
찰스 3세 각종 숙제·일부 영연방 국가 탈퇴 움직임 등 추후 대응 주목

14일 오후 김대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학생처장이 대학본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와 관련 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 96세의 일기로 서거한 뒤 전세계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1999년 4월 경북 안동을 방문,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지난 2019년 앤드류 왕자가 다녀가면서 인연을 이어가는 등 연결고리가 깊다. 지난 9일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 추도 단상이 마련됐으며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처장실에서 만난 김대륜 교수에게 영국여왕 서거의 의미 등을 들었다.

여왕과 안동과 인연을 맺은 계기에 대해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지만 방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방문 당시 여왕은 유교 전통문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으며 전통 생일상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여왕이 고택에 오르면서 신발을 벗었던 점이다.

김 교수는 “영국왕실은 굉장히 보수적이다”며 “여왕이 맨발을 보이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돌아봤다.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과 감수성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평가했다.

여왕이 방문 국가 수도만 찾은 것은 아니며 아프리카 등의 상황이 좋지 않은 곳도 자주 찾았다.

그럼에도 영연방 소속 국가나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를 제외하고는 잘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안동으로 내려간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왕의 장례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의 정상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장례식까지 참석할 이유가 있느냐는 다소 비판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김 교수는 영국과 미국 간 특별한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추모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여왕의 서거가 한세대를 마무리하는, 20세기에 마침표를 찍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연방이 가지고 있는 지위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지도자급 인사가 이제 대부분 역사의 뒤로 후퇴하면서 일종의 향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왕의 서거 후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왕실 폐지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왕 추모 열기가 일정 시간 지속 돼 당분간은 조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도 찰스 3세에 대한 영국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더욱 높아진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이후 불륜 스캔들로 영국 국민의 찰스 3세 대한 실망은 아직 유효하다.

김 교수는 “다이애나 비에 대한 영국 국민의 사랑은 한때 엘리자베스 2세를 뛰어넘었다”며 “비극적인 죽음으로 찰스 3세에게 쏟아진 비난은 상상 이상이다”고 전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다소 거침이 없는 성향을 영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찰스 3세는 기후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으며 이 같은 입장은 보수당의 트러스 현 총리의 정책과 결이 맞지 않다.

왕세자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특정 관료에 로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문제가 됐는데 왕위를 계승한 만큼 더 크게 대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등극 후 모든 행동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소한 실수가 쌓인다면 여론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당시 저질렀던 영국의 악행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예무역인데 영국이 아프리카 주민 350만 명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명백한 잘못이 정리되지 않았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과 달리 영국은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엘리자베스 2세가 북아일랜드를 방문하며 행동을 보인 것처럼 찰스 3세도 어떤 식으로든 과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배상 문제가 부각 될 수 있어 의회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데 쉽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영연방 탈퇴를 천명하는 국가들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영연방을 유지하는데 왕실이 어떻게 기여할지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일부 영연방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연방 탈퇴를 생각해 왔다”며 “엘리자베스 2세의 권위로 유지된 부분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숙제”라고 밝혔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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