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변호사

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협력업체 등의 선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다만 협력업체의 선정과정에서 수의계약 등의 비리가 종종 발생하였고, 이를 근절하기 위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용역계약 등을 체결함에 있어 경쟁입찰의 기준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필자가 담당한 사안으로 협력업체의 선정과 관련하여 당초 공고된 내용과는 달리 입찰이 종료한 후 입찰서 개봉을 공고한 다른 날에 조합 이사회에서 입찰서를 개봉하고 협력업체를 선정한 사안이 있었다. 입찰참여업체는 입찰공고와 다른 날 입찰서를 개봉한 것은 입찰절차의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협력업체 선정을 안건으로 소집된 총회의 개최금지를 구하였다.

필자는 조합을 대리하여 “입찰절차에 기한 계약은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므로, 계약체결을 위한 입찰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해당 입찰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2카하ㅂ10***결정은 “입찰절차에 기한 계약은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인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과 다를 바 없으므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입찰을 시행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입찰에 적합한 기준을 합목적적으로 설정하거나 그 기준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폭넓은 재량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 할 것이고, 입찰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그러한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할 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낙찰자 등의 결정 및 계약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여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입찰을 실시한 취지가 몰각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된다.”라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견지하면서 “입찰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그러한 하자가 중대하고 사회질서 등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여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입찰을 실시한 취지가 몰각되는 결과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되는데,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이 사건 입찰서 개봉절차상의 하자가 이 사건 입찰 자체를 무효로 보아야 할 만큼 중대하고, 사회질서 등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하자임을 소명하기 부족하다.”라고 판단하였다.

협력업체의 선정과 관련하여 조합 대의원회는 입찰 과정에 이루어진 적격심사결과를 토대로 자유롭고 합리적인 심의ㆍ의결을 통해 그 낙찰자를 협력업체로 선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그러므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되는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을 제외한 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일부 입찰절차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공정성을 해하지 아니하였다면 입찰절차 자체가 무효에 이르지 않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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