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시민회관 산증인…문화 1번지 자리매김
"문화라는 무거운 짐 내려놓고 자유인 되고파"

김창로 영천시 시민회관운영담당.
“퇴직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행복한 생각에 30여 년의 공무원 생활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영천시 문화의 꽃을 피운 ‘시민회관 산증인’ 김창로 시민회관운영담당의 퇴직 소감이다.

무형의 꽃, 문화라는 꽃에 빠져 평생을 살아 온 그의 공무원 생활을 되돌아봤다.

김창로 담당은 1992년 1월 영천시민회관에 첫발을 내디디고 32년을 그곳에서만 생활해왔다. 공무원이지만 영천의 모든 공연이 열리는 시민회관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주말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정년이 눈앞에 다가왔다.

젊은 시절 그는 한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남들이 모르는 몇 달의 시간을 투자했다. 기획사와 기획부터 계약, 포스터 시안, 홍보 등 바쁜 일정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작은 소망이라면 퇴직하고 공연 관람하면서 후배 공무원에게 ‘수고한다’라는 말 한마디와 공연이 끝나면 ‘수고해라’라는 말과 함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김창로 담당이 30여 년간 함께 한 공연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김 담당은 “공연장 무대에 올려지는 행사나 공연은 모두 생방송이다. 그러기에 각 분야의 감독들은 항상 비상대기이며 초긴장 상태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며 “함성과 박수갈채가 가득하던 공연장에 관객들이 모두 퇴장한 텅 빈 객석을 바라볼 때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이 물밀듯 몰려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에게 멋진 공연을 마련해 보여줬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함께 미소도 흐른다”고 했다.

그는 시민회관 근무가 긴장의 연속이고 힘들면서도 보람도 찼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 못 놀아준 불량한 아빠였다며,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시민회관 근무가 편안하고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공연장 근무는 누구나 꺼리는 ‘3D 직종’이자 현업 부서라고 했다.

김 담당은 “되돌아보면 아이들과 같이 못 보낸 시간이 못내 아쉽지만 시민회관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벌써 30대 어른이 되었고 나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는 퇴직을 앞두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해온 만큼 이제는 자유인이고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김창로 영천시 시민회관운영담당(왼쪽)이 11월 25일 시민회관에서 열린 트롯 행사에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의 불모지 영천이, 시민회관 건립 이후 현재 시민과 타지에서 10만 명 이상이 공연을 관람하는 명실공히 문화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도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다니며 시민회관 전면 리모델링을 이뤄낸 일과 2015년도 2층을 증축해 791석의 아담한 중극장으로 탄생시킨 일이 김창로 담당이 30여 년 공무원 생활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또 시민들의 문화수준 향상을 위해 현 최기문 영천시장에게 기획공연 월 1회를 제안해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 공연 등을 무대에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지 못하고 떠난다는 것이 예술인의 한 명으로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너무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쉬움이 남는 일이라고 귀띔한다.

2019년 김창로 담당이 최기문 영천시장으로부터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끝으로 김창로 담당은 “이제는 문화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서 내려놓고 자유인이 되려고 한다. 그동안 영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최기문 영천시장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면서 “영천이 앞으로도 문화의 향기가 흐르고 웃음 가득한 도시, 아름다운 영천을 만들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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