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요 천경희 도예가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꾸밈없는 자연스러움

정성스럽게 도자기를 빚고 있는 천경희 도예가

명장이 일군 텃밭에서 명기(名器)를 빚고있는 여성, 흙이란 그릇에 자신을 담고있는 여성. 이는 문경요에서 전통도자기 예술의 혼을 잇고 있는 2대 도천 천경희씨(38)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래 도자기 명장의 청사진을 보게되는 그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통 다완에 이은 다양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옛 것에서 새 것을 찾는다는 그녀의 작품 철학은 명장의 솜씨를 이어받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도자기 창작.

도예 입문 초기에는 아버지의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을 했지만 요즘은 천경희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천경희 도예가와 아버지 천한봉 명장

1대 도천(陶泉) 천한봉(75) 명장의 뒤를 잇고있는 그녀는 늘 스스로 자문해본다.

나는 무슨 마음으로 찻그릇을 빚으며 어떤 그릇을 빚고 있는지, 그리고 아버지가 일궈온 그릇이 나에겐 무엇이며 그 그릇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천경희씨는 여성도예인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7년 (사)한국신지식인협회 주최하는 '2007년 문화예술부분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1995년 대한민국 도예 명장으로 지정된 아버지 천 한봉 명장은 NHK방송을 비롯해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사들로부터 '아시아 최고 인물', '한국 전통 도예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 천명장은 14세 때 도공(陶工)으로 첫 발을 내딛어 오늘에 이르렀고 천경희 씨는 21세에 도예에 입문, 흙을 주무르고 만진지 올해 17년째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때는 그만 두고도 싶었으나 참고 견딘 것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거역할 수 없는 흙과의 운명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보아왔던 전통 물레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현대적인 것이 더 많더라는 경희씨는 그래도 전통 그릇을 만든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조선시대 사기장의 맥을 잇기 위해 손에 물과 흙이 마를 날이 없었던 6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면 경희씨는 좀 더 효율적인 가마와 그릇 제작을 위해 나름대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무와 흙을 나르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덕분인지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국차도구공모대전 등 전국 공모전서 잇따라 수상, 서서히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릇을 빚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릇이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낄 때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화려하지 않는 소박함, 자연이 주는 언어, 흙의 소망을 져버리지 않기위해, 또 꾸밈없는 흙 본래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흙이돼야 하는 과정을 거치고 또 거치면서 이제 그녀는 '가마의 불 색깔만 봐도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가고 있다.

입문 초기에는 아버지의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을 했지만 요즘은 천경희만의 독특한 아니디어가 가미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차녀인 그는 차세대 명장 수업을 받으면서 문경칠기다기세트 디자인 특허 등록을 포함 4건 특허등록과 천연재유약을 포함한 3건의 특허출원을 해왔다. 가마는 3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문경요만의 특성을 담았다. 또 찻잔의 밑을 각지게 하면서 화려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고급스러움을 살렸고, 각진 주전자 손잡이에 금속을 입혀 디자인 부문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민요에서 전해지던 것 외에 만들고 싶었던 '문경칠기 유약', 사과나무 유약을 이용한 문경칠기요는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릇의 꾸밈도 본질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지켜온 터라 자신과 닮아있는 그릇을, 아버지와 다른 그릇을 탄생시키고 있는 그는 '가마에 불을 때는 사람의 쏟는 정성에 따라 천변만화의 조화가 일어난다'고 강조하는 아버지의 뜻이 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깨달아 간다.

문경의 편안한 자연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베어들어 심성이 된다. 흙의 본질은 생명이며 사랑이다. 때문에 경희씨의 이지적인 눈매와 다소곳한 행동은 문경이라는 독특한 환경, 도예명장가(家)라는 환경이 가져다 주었을 것이란 것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아버지 천명장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전날 반죽해 놓은 흙으로 작품 만들고 굽 갈아붙이고 건조하는 일이 끝나면 그 때부터는 경희씨가 작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가마에 불 때는 횟수는 년 5회정도.

제대로 된 작품은 5%내외라고 한다. 명품 고려다완 하나 손에들고 차의 빛깔과 향기를 감상하고 싶다는 차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면 흙 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아버지 천 명장은 딸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활동을 잘해 내고 있어 기특하다"며 "지금의 열정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자랑스러운 도예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 부녀는 2010년 일본 교토 노무라 미술관서 부녀전을 열 계획이다. 좋은 그릇에 담긴 차 한잔의 맛을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천경희씨의 작업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본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란 믿음이 쉽게 가는 것은 흙을 닮은 심성이 같기 때문이 아닐까?

▶문경요 천경희 명장 약력

2002.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과 졸업

2000. 제29회 전국 대학생 디자인공모전 입선

2001. 제6회 국제도예대전 입선

2001. 제26회 충북미술대전 특선

2001. 제9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특선

2001. 제15회 충남산업디자인대전 특별상

2001. 제19회 한국신미술대전 입선

2002. 제23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입선

단체전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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