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김영인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주말 2024 서울마라톤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3만8천 명의 러너들이 열기를 내뿜으며 도심 속 레이스를 한껏 펼쳤다. 필자 또한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어지는 42.195km 풀코스에 호기롭게 도전했다. 그리고 2시간 57분 17초에 완주하여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서브3(3시간 내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요즘 국내 마라톤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 운동장 트랙뿐만 아니라, 강변과 공원 등에서 혼자 또는 무리 지어 달리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마라톤 인구가 증가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한국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달리기가 일상의 재미를 더해주는 놀이문화로 부상하고 있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건강한 삶을 구현하는 스포츠로 마라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토록 힘든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일까? 뛰는 동안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는 마라톤에 왜 사람들은 빠져들까? 그것은 아마도 마라톤이 우리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쉽지 않다. 마음먹은 일이 선뜻 이뤄지지도 않고 한계에 부딪혀 멈추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꿈같은 목표를 이뤄 성취의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인생과 마라톤이 닮았다는 증거다.

인생과 마라톤의 의미 있는 공통점은 더 있다. 우선, 인생과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마라톤을 시작하겠다는 다짐도 행동에 옮기는 실천도 자신의 몫이다. 아무도 42.195km를 대신 달려주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부상과 통증도 피어오르는 두려움도 스스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위기를 대처해 나가야 할 존재는 전적으로 나 자신이다. 자신과 타협할 때 계획한 목표는 멀어져 간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때 비로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인생과 마라톤은 동료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마라톤은 고독한 운동이라 하지만, 힘을 주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다. 훈련하는 동안 자세를 잡아주고 동기부여 해주는 리더가 있고, 주로에서는 속도를 조절해 주는 페이스메이커와 서로 의지하며 달려나가는 러너 동지들이 있다. 여기에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주는 응원단도 빠질 수 없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길에도 동행(同行)하는 내 사람들이 있어 따뜻한 위로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인생에서 동료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끝으로, 인생과 마라톤은 성장을 추구한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운동이다. 장거리를 버텨 낼 강한 체력과 정신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완주를 위한 체력 안배와 페이스 유지능력도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다. 따라서 도약을 바라는 마라토너는 출발선에 끊임없이 서고 숨찬 달리기를 거듭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처음에는 미숙할지라도 계속 두드리고 행동하고 채워나간다. 멋진 성장을 꿈꾸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험난하고 오랜 과정이다.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준비한다 해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본인의 실력이 모자랐거나 돌발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그로 인해 좌절감도 생긴다. 그럼에도 인생과 마라톤은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로 달려나가는 사람에게 벅찬 감동과 기쁨을 준다. 자신의 역량에 의존해 동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마라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 스포츠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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