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교수·국제법센터 소장
원재천 한동대학교 법학교수·국제법센터 소장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위원들이 연보라색 꽃 배지를 착용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날 대통령이 가슴에 단 세 송이 꽃 배지는 ‘나를 잊지 마세요 (forget me not)’란 꽃말을 지닌 물망초로 ’6·25 전쟁 무렵과 그 이후 북한에 잡혀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국군 포로, 납북자, 억류자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의 물망초 배지라고 한다. 사실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 문제 해결은 중대한 국가적·헌법적 책무이다.
 

물망초 배지 착용한 윤대통령. 한동대 제공

북한은 6·25전쟁 중 10만 명이 넘는 우리 국민을 납치해 갔고, 귀환하지 못한 국군 포로는 약 6만 명에 달하며, 전후 납북 피해자도 516명이라고 한다. 2012년 제정된 ‘6·25 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 피해자 명예 회복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되새기면서 납북자 가족협의회 등에서는 한 송이 물망초 배지 달기 운동을 한동안 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번에 통일부가 세 송이 물망초 배지를 제작하고 이를 공개석상에서 직접 단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블루 리본을 단 가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한동대제공

현재 북한과 일본 간 대화의 최대 걸림돌은 일본인 납북문제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납북자 문제를 기억하기 위해 푸른 리본 배지를 만들어 착용하고 있다. 푸른색은 납치 피해자와 가족이 일본과 북한 사이의 바다를 바라보며 재회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은 북한과 대화의 전제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의 석방과 구출 그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해,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 아베 신조 총리도 공식 석상에 블루리본을 착용해 왔다. 이렇듯 일본은 자국민 보호가 국가책임의 최우선인 것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북한위원회 물망초 배지. 한동대 제공

이제 물망초 배지는 영국 국회에서도 착용되고 있다고 한다. 초당파 모임인 영국 북한위원회 소속 상원·하원 의원들이 3월 26일 웨스트민스터 국회 건물에서 물망초 배지 착용 행사를 하며 한국 정부와 연대의 뜻을 밝히고 북한 억류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낭독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행사를 주도한 북한위원회 공동위원장 데이비드 알턴 (David Alton) 상원의원은 영국이 북한과 수교하는 과정에 기여하였으며 이후 북한을 공식 방문하면서 북한 내 종교의 자유와 참혹한 북한 인권 현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영국과 유럽 내 북한인권 증진 운동의 귀한 동반자가 되었다.

영국의원들은 성명에서 “본 위원회는 탄압받고 박해받는 북한의 2천600만 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자유의 가치를 증진하는 데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라며 “우리는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와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의 상징으로 물망초 배지를 착용한다”라고 밝혔다. 영국의원의 진정성과 북한 인권문제의 보편성과 절실함을 통감하면서 조심스럽게 우리 국회에서도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들을 위한 초당적 모임이 생겨 물망초 배지를 가슴에 달고 마음을 합하여 성명서를 낭독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마침 이번 주는 기독교에서 성탄절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 주간이다. 아버지와 헤어질 때 갓난아이였지만 이젠 백발이 된 한 많은 납북자 자녀와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돼 계신 아버지들에게 박목월의 시 ‘부활절의 아침기도’를 부분 인용하며 ‘죽음과 어둠을 이기는 새 생명’의 메시지를 바친다.

부활절의 아침기도 (박목월)

주여/ 태어나기 전의/ 이 혼돈과 어둠의 세계에서/ 새로운 탄생의
빛을 보게 하시고/ 진실로 혼매한 심령에/ 눈동자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라는/ 이 완고한 돌문을/ 열리게 하옵시고
당신의 음성이/ 불길이 되어/ 저를 태워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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