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작은 아이는 유치원 때도 수줍음이 많아서 아파트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내 뒤에 슬며시 숨어서 살피는 아이였다. 작은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참관수업' 공지가 왔다. 학교 갈 때의 기대 반, 걱정 반의 발걸음이 돌아오는 길에 섭섭함과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참관일 반 아이들의 모습은 분주할 정도로 활발했다. 손을 최대한 높이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치는 아이, 하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드는 아이, 자기를 보러와 준 엄마, 아빠가 있어 더욱 신이 난 아이들은 선생님이 몇 번씩 주의를 주어야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하림이는 선생님 질문에 손을 들기는 들었으나 반 정도 올리다 만 자세로 어정쩡하게 있거나, 양 손을 번갈아 반 정도 들었다 내렸다 하며 마치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발표는 하기 싫은데 엄마가 와서 보고 있으니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아 손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과 고민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 처럼 아이가 발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답했다가 틀리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 때문이다.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자존심이 강하면 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잘 대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완벽주의적 성향과 틀에 맞춘 생활을 하고 아이에게도 그런 것을 직접적으로 또는 은연중에 전달하게 되면서 아이가 실수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못하는 경우이다.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말할 내용이 정리가 안 되서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평소에 책을 읽고 나서 내용에 대해 말해 보게 하거나, 대화 후에 그 내용을 다시 말하게 하는 등의 초인지활동(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것, 자신의 인지를 인지하는 것)을 통해서 이해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셋째, 기질상 소심한 아이는 늘 주변사람을 의식하느라 피곤하다. 발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아이에게 자신처럼 소심해서 발표를 무서워하는 아이에 대한 책을 사주면서 읽어보게 했다. 그리고 책을 소리내어 같이 읽기도 했다. 일단 발표할 때 목소리가 작으니 반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발표에 집중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발표에 대한 피드백이 신통치 않아 아이가 더 자신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한다. 남편은 나보고 어떨 때 보면 팔푼이 같다고 하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건수만 있으면 칭찬한다.

넷째, 사회적 장면에서 불안이 큰 경우이다.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불안을 느끼는데 부모님이 아이와 대화할 때 기분 좋은 대화를 끌어가지 못하는 경우, 부모님도 사회적 불안이 큰 경우에는 자녀도 사회적 불안을 경험하기 쉽다. 부모님이 대화의 기술(잘 듣기, 잘 말하기)을 습득하고 아이와 차근차근 편하고 즐거운 대화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작은 아이는 세 번째와 첫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소심하고 부끄러움 많은 성격으로 이것저것 신경써야 하는 게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1학년 때 딸아이가 자주 한 말은 "엄마, 학교 끊으면 안돼?"였다. 과외공부나 학원처럼 다니다가 사정에 따라서 그만 둬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서 요즘은 친구를 집에 데려오기도 하고 휴일에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발표를 하고 있고 대답도 가끔씩은 한다. 우리 작은 아이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지금도 그런 편이다. 그럴 때 윽박지르거나 억지로 발표하게 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발표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에 대해 같이 대화를 나눴다. 우리 아이에게는 "발표하는 거 어때?", "그래 맞아, 정말 어렵지?", "부끄럽고 틀리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등으로 마음을 알아 준 후에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줬더니 아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받았지만 읽은 후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또 다음 날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후에는 좋아하는 책을 가져오게 해서 같이 큰 소리로 읽기도 하고 만화책에 인물을 번갈아 연기하기도 했다. 물론 재미없어지면 끝내는 걸로 했기 때문에 길어야 20분 정도였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칭찬하면서도 '다른 애들에 비하면 별로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칭찬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쨌든 과거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이면 무조건 칭찬했다.

'도넛의 구멍(아이행동의 단점)을 보지 말고 도넛(장점)을 보라'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도넛의 구멍이 왜 이리 크냐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도넛구멍이 있어서 도넛이 맛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