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인간에게는 당연한 많은 욕구가 있다. 남으로부터 애정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칭찬받고 싶은 욕구, 관심 받고 싶은 욕구, 힘을 갖고 싶은 욕구, 특권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잘나고 싶은 욕구), 존경받고 싶은 욕구, 성취하고 싶은 욕구, 편하고 안주하고 싶은 욕구, 의존하고 싶은 욕구 들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인간으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욕구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욕구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도 지나치면 신경증적 욕구가 되는 것이다.

독일의 여성 정신역동 심리학자 카렌 호나이(Karen Horney)는 신경증적 욕구를 10가지나 제시하고 있다. 예를들면 "애정과 인정의 욕구"가 지나치면 '관심중독', '인정중독'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남들이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세상사는 재미가 없어지며 의기소침해 지는 것이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들이 타인의 인정과 칭찬 때문에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타인의 관심의 노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자신을 탐색하고 통찰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노력하지 않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신경증적 욕구를 일으키는 배경에는 부모의 지배적인 모습, 고립, 과보호, 적의, 무관심, 일관되지 않는 행동, 무시, 부모불화, 돌봄과 지도의 결여, 격려와 애정의 결여 등이 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어떤 젊은 부인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아 잘 키우고 싶지만 우울과 불안이 많아 남편하고 싸운 날도 자녀에게 부모의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걱정하고, 이렇게 지방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시기에 보다 나은 곳에서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안 된다고 속상해하고, 아무런 의욕이 없어서 어린 자녀와 놀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시 불안감을 느꼈다. 여리고 예쁜 부인은 정말 불안하고 우울해서 매일 매일이 힘들기 그지없었다. 남편에게도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쳐 전화 자주 안 해주는 것에도 우울해지고, 시집과의 갈등에서 내 편이 안 되어 주는 것 같아 화가 나서 힘들어하는 매일 매일 섭섭함과 불안함과 분노로 시들어가고 있는 젊은 부인이었다. 상담 장면에서도 연신 내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하곤 한다. 내가 좋아 할 만 한 인사치레도 절대 빠뜨리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부부였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행복하지 않았다. 이 젊은 부인의 원가족 히스토리를 듣고 나서야 왜 이렇게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갈구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부인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 하나 자기 손으로,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주 강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모든 걸 대신해 주고, 모든 걸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현재까지도 친정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배려(?) 때문에 집에서 가족이 먹는 반찬은 물론 종교생활, 자녀양육, 남편 직장생활까지 생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었다. 친정엄마는 이 부인이 자랄 때 혼자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빼앗아간 경우이다. 익애형 부모였던 것이다.

즉 너무 관심과 사랑이 지나쳐도 그 상태에 빠져서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또한 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애정과 사랑에 집착하게 된다.

반대로 부모가 적절하게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데 부모자신의 환경적, 물질적 빈곤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애정과 인정에 굶주려서 아이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아이는 끊임없이 관심과 애정을 달라고 애원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고, 고집을 피워보기도 하고 짜증을 내거나 반항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필요한 욕구를 내세우고 있으나, 부모는 그 욕구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애정과 사랑의 욕구가 지나치면 자기인생을 살지 못하고 타인의 눈치 인생을 산다는 것이다. 나의 행복이 타인에게 좌지우지 되어야 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우리 아이를 건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아이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내 욕구가 적절하게 충족되어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요즘 대학 외부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식만 전달해 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부모님들을 지원하기를 위해서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했던 부모의 욕구충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욕구불만을 돌아 본다는 것이 힘이 들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젊은 어머니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안 된 어머니들도 계신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준비된 그릇의 크기만큼 충족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욕구를 채워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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