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신부 조정헌

현역에서 물러나 경북 포항시 흥해읍 천주교 은퇴사제관에서 생활하는 조정헌 신부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검도가 7단이다.

현역에서 물러나 경북 포항시 흥해읍 천주교 은퇴사제관에서 생활하는 조정헌 신부는 본업이 스포츠맨이고 부업이 신부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온갖 스포츠를 섭렵하고 합기도, 태권도 등의 유단자에 검도는 7단에 이른다. 그는 72세이지만 현재 포스텍 학생들에게 검도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50세 때 전국체전 대구대표선발전에서 2위를 해 전국체전에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스키, 스킨스쿠버, 스노우 보드, 패러글라이딩 등 안 해본 스포츠가 없지만, 지금 현재 그가 계속 하고 있고,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검도와 요트다.

그는 늘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한다. 요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그와 마주앉아 있으니 도저히 그가 70이 넘은 신부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가 없다.

-검도는 언제부터 했는지.

"검도를 한 지는 오래 되었지요. 1976년 광주신학대학에 교수로 있을 때 아이들 스무명과 함께 나도 배웠으니 30년이 넘었지요. 그 후 검도의 매력에 빠져 어디를 가나 수련을 해서 7단까지 되었지요"

-포스텍 학생들은 언제부터 가르쳤나.

"내가 제4대리구청(대구교구 소속 포항경주지부)에 있을 때 공대 체육관에서 운동하다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지요. 한 3년 됩니다. 지금은 은퇴해서 청하에 살고 있지만, 학생들의 지도사범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권력 떨어지고 다 떨어지는데 젊은 아이들이 구령 한마디에 말 잘 듣고 배우는 것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검도 가르치는 거 말고 다른 일은 뭘 하는지.

"내가 평생 신부, 선생이었는데 요즘은 회장님 소리를 듣습니다. 포항요트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요트 협회장이 됐는데.

"창설모임을 하는데 회장할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나이 많은 신부가 요트를 한다 하니 뭔가 좀 특별한 거죠. 그래서 임시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임시 회장이 정식 회장이 되었지요. 돈도 못내는 회장인데 많이 발전시키고 잘 이끌어가야지요"

-요트는 언제 시작했나요.

"한 3년 됩니다. 일흔의 나이에 시작했지요"

-요트는 귀족스포츠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요.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습니다. 요트값이 워낙 비싸서요. 그래도 어차피 저변확대는 해야 하니까 요트를 포항에서 발전시켜야지요. 내년 코리아컵때 포항팀이 정식으로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시장님도 관심이 많아서 계류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요트는 어떻게 배우게 됐나.

"울진 후포중고등학교가 요트 특기학교인데 거기서 학생들하고 같이 배웠지요. 하루에 아홉 번을 넘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1965년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을 정복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1960년대, 먹고 살기도 빠듯하던 그 시절, 해외 유명산의 정상을 정복했던 그의 진취적인 도전정신이, 우리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인 지금, 그는 소득 3만~4만 달러시대에나 가능한 요트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것도 72세의 나이에.

앞으로 10년 후 700~800대의 요트가 꽉 들어찬 계류장을 보면서, 초창기 때 내가 요트를 보급한 선봉장이었노라고 흐뭇해할 때를 기대한다고 하는 그의 표정이 젊은이처럼 의욕이 넘친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잘 살게 되기를 바라는 그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투기장에 학생들이 모이자, 그는 요트협회 회장에서 검도사범이 되었다. 사범을 중심으로 호구(護具)를 쓰고, 온 몸을 뒤덮은 검은 검도복을 입고, 긴 목검을 든 학생들이 둘러섰지만 조 신부의 당당한 자세가 젊은이들을 압도했다.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 검도를 좋아한다"는 조 신부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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