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상팔-알면서 왜 네 책임을 다 못하는거야! 은혜를 입었으면 그만큼은 갚아야지!

동식-그러니까 집에 아무도 없을 틈을 맞춰서 형님을 데리고 왔잖아. 일전엔 그놈의 그림쟁이 때문에 헛탕을 쳤지만 오늘은 문제없어. 곧 퇴근 할꺼야. 여기 앉아서 기다려 보자꾸나. 누나 오기만하면 이젠 독안에든 쥐야. 집 밖에서 내가 망을보고 있을 테니 형님 마음대로 누나와 놀면 돼쟎아.

상팔-글세 임마! 간장이 타는데 우드커니 앉아 어떻게 기다린담?

동식-(벗어둔 혜경의 구두를 발견하고) 쉿! (구두를 가르킨다. 그리고는 날쎄게 청에 뛰어올라 우편 방문을 열고 드려다 보고는 뒤로 돌아 안방문을 열고) 이방에는 있겠지. (드려다 보다가 으-? 이상하다. 구두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니?

상팔-(청에 걸터앉아 구두를 손에들고 애무하듯이 만지작 거리면서) 네 누나 못 찾아 내면 임마! 알지?

동식-(벌벌 떨며) 물길러 우물에 갔을까?

상팔-이새끼가 돌았나? 방금 올라오면서 물 받으려고 서 있던 계집애들을 놀릴때 네 누나도 거기 있더냐? (옆에 와 앉는 동식의 머리를 구두로 탁 친다) 제기랄! 도둑질이고 계집질이고 간에 손이 맞아야지. 이따위 팔푼짜리 데리고는 되는 산통도 깨지겠네. 이자식아 이런일이란 머리를 써서 해야돼! (구두로 동식의 머리를 쿡 찌른다)

동식-아야야! (머리를 부비다가) 참 우물 파는 구경갔을런지도 몰라. 그리로 가보세.

상팔-빨리 가봐! (상팔 구두를 놓고 양인 대문으로 나가 상수쪽으로 돌아 퇴장)

(혜경 뒷청 문을 열고 뛰어나와 구두를 신을 겨를도 없이 구두를 손에 든채로 대문으로 뛰어 나가다가 대문을 막 들어서는 권서방에게 들어 박는다.)

권서방-익크! 이게 머꼬! (하고 뒤로 넘어 떠러진다. 혜경 비틀거리다가 삽시간에 몸의 균형을 바로 잡고 쏜살같이 살아 진다.)

권서방-(정신을 채리고 그러나 대문깐에 주저 앉은채로) 도도독놈이야! 사람 살려! (뒷 곁에서 동식, 상팔, 재수, 일꾼 갑의 순서로 달려 들어온다.)

동식-뭐 도둑이라고! 어디 있소?

재수-도둑이라니? 이건 권서방 아닌가! 어떻게 된거야?

권서방-여감! 여, 영감! 큰일났십니데이! 살림 다 터렸구마.

재수-이녀석아! 도둑은 누가 맞았단 말이냐?

권서방-경감이요. 영감집이 털렸오. 빨리 따라가 보소. 저리 내뺐다캉이!

동식-(대문밖을 내다보고) 아무도 안 보이는데.

재수-이상하다. 방금 동식이가 이사람과 (상팔을 가르키면서) 집에서 나와 공사터로 왔던데. 그새 도둑이 들어왔을까? 동식아! 너 집을 나올때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봤니?

동식-아무도 못봤는데요.

재수-그 도둑이란 놈이 어떻게 생겼더냐?

권서방-이 집은 다시는 안 올라꼬 맹서했지만 아주뭉이가 하도 물을 저달라고 날로 사정을 했싸길래 밀린 삭은 나중에 맏기로 하고…

재수-이놈아! 엉뚱한 소리말고 도둠놈 얘기나 해봐!

권서방-말하고 있는데 와 이카능교. 그래 삭은 뒤에 받기로 하고 물양철을 가지러 막 대문을 들어선락하니 뭣이 (가슴을 가르키며) 막 여기에 탁 들어 박는다 캉이 그러나 그따구 솜씨에 넘어갈 안동권씨가 앙이거등. (몸짓, 손짓, 다 써 가면서) 이렇게 슬쩍 비끼가꼬 (옆에 선 상팔의 목을 잡으며) 글마 목안지를 안잡었나. (상팔 자기목을 잡은 권서방의 손을 잡고 비튼다) 아야야! (상팔 손을 놓는다. 일동 '왓하' 웃는다)

일꾼갑-이문둥아 지랄 말고 이야기나 해 봐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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