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김씨-왜 이렇게 늦었니?

혜경-오빠 있는 곳을 찾어 다녔어요.

김씨-마침 잘 됐구나. 동욱아 너도 이리 올라오너라. 시급히 할 애기가 있다.

(동욱과 혜경 김씨를 마주보고 앉는다. 잠시 잠잠하게 서로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혜경-어머니 그 깡패녀석 봤나요.

김씨-깡패라니?

혜경-동식이가 따라다니는 그녀석 말애요.

김씨-아, 아깨 봤다. 네 애미와 얘길하고 있더구나. 근데 넌 왜 도망질을 쳤니?

동욱-어머니 조합장에게서 빌렸다는 그 돈은 당장 지금이라도 돌려 줄 수 없나요?

김씨-닷다가 그건 무슨 소리냐?

동욱-그런 더러운 돈으로 혜경을 바꿀 셈인가요?

김씨-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혜경이를 바꾼다니 어듸서 들은 얘기라도 있니?

혜경-아버지가 돈을 빌리려 조합장 집으로 나설 때 전 대강 짐작했어요. 그렇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길래 아무에게도 실없이 말할 수도 없고 혼자 짐작으로 걱정만 하고 있었어요. 근데 아까 학교에서 돌아오니 그녀석이 동식이와 가치 들어오잖아요. 전 응급결에 저 뒷문을 열고 숨어서 동식이와 주고 받는 이야길 엿들었어요.

동욱-동식이놈 내 눈에 띄기만 해봐라 그냥 두질 않을테니 그놈은 뚜쟁이 노릇을 하고 있어요.

김씨-뭣이라구 뚜쟁이?

동욱-천하에 제 누나를 팔아 먹으려는 놈이 어듸 또 있겠어요. 그놈은 뚜쟁이보다 악질이얘요. 개 돼지 보다 못한 놈이요.

김씨-차근 차근 얘기해봐라.

동욱-그놈은 제 일신의 피신처를 얻으려고 주먹을 맞으면서도 제 누나를 팔려고 들어요. 그 집에서 아버지의 뭣을 보고 오십백만원이란 대금을 무이자로 선듯 내 놓겠어요. 혜경이를 보고 내 놓았어요. 혜경의 몸값이나 다름 없어요.

김씨-그렇지만 그사람은 혜경이를 못 잊어서 음식도 제대로 못먹어한다더라.

혜경-내가 알게 뭐예요. 절 찾아 내라고 쩔쩔매는 동식이를 마구 때리는 꼴을 어머니가 봤으면……. 그저께 유선생님은 그녀석에게 맞아서 다쳤어요.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놈에게 제가 시집을 가요? 아유 소름이 끼쳐요. 어민.

김씨-강백이가 맞았다구?

동욱-그녀석은 시장에서도 제일가는 깡패랍니다.

김씨-나도 어떤지 마음이 놓이지 않더니……. 후휴 이 일을 어떻게 하나.

동욱-어떻게 하다니요? 어떻게든지 아버지를 설복드려서 돈을 곧 돌려 보내고 동식을 집에 잡아 두는 수 밖에 없죠.

김씨-(울상으로) 네 에비 고집 땜에……. 동욱아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 아께 그쪽에서 온 청혼에 승락을 해 보냈단다.

동욱-뭣이?

혜경-옛!

혜경-어머니 난 죽을테야 (김씨의 무릎에 얼골을 파묻고 운다)

동욱-(벌떡 일어서며) 그게 정말이요? 어머니도… 아니 어머니마자….

김씨-(어쩔 줄을 모른다) 그자리에 내가 있었던들 네 에비 고집을 이겨 냈겠나. 내 없을 때 이뤄진 거란다. 네 에비가 돌아오거든 얘길 해보자. 아무리 항우고집이라도 모두가 싫다는걸 어떻커겠나? <계속>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