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동욱-아버지는 어딜 가셨오?(격분하여 온 몸이 떨린다)

김씨-얘야 진정해라! 네 에비는 중신한 반장과 약주 잡수러 갔단다. 저녁밥이나 먹고 오늘은 일찍암치자고 내일 천천히 이얘기 해보자. 불뚝고집에다 약주에나 취하면 물이야 불이야 가리지 않는 성미니깐.

동욱-혜경의 평생을 망칠 이 마당에서 일 분 일 초라도 기다릴 수 있나요.

(마당에 내려선다)

김씨-얘야 밖에 까지 나가서 집안의 수치를 내 놓을것은 뭐 있나. 오늘은 참아다구.;;.

혜경-오빠 (동욱의 팔을 잡고 청으로 끌어 올리려고 애쓴다.)

(대문 밖에서 떠들석 하더니 재수가 등장하고. 뒤를 돌아보며 손짓을 하면서)

재수-여보 반장! 우리도 이젠 사돈 끼리가 될 수 있죠. 자 들어와 한 잔만 더 합시다.

반장-(대문 밖에 나타나 집안을 드려다 보다가 동욱이가 꿋꿋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주춤선다.) 오늘은 어지간히 취했으니 돌아가야죠.

재수-아니 조합장 댁에 간 우리 여편네 듣도록 얘기 해 줘야지요. (청쪽을 돌아보고 ) 오! 우리 혜경이 돌아왔구나 (반장 퇴장)

(청 쪽으로 오면서) 혜경아 너 잘 놀았니? (청에 올라서서 혜경의 뺨을 가볍게 찌르면서) 요것이 요래뵈두 앙큼하거든 난 감쪽같이 몰랐다.(모두 꿋꿋이 서 있을 뿐이다) 아! 니 돌부처 모양으로 왜이래? 아-니 여보 왜 이래?

동욱-아버지 약주 많이 잡수셨소?

재수-응 그래 오늘 술맛은 각별이야. (동욱과 혜경을 번갈아 보다가) 여보 얘들한테 죄다 알렸지.

김씨-(말없이 고개만 약간 꺼덕인다)

재수-우리 집도 이제는 형편이 풀리는구나. 혜경아 넌 이의가 없겠지. 좀 일찌암치 에비에게 얘기 했으면 우물 팔 궁리를 하느라고 그렇게까지 간장을 태우지 않었을께 아니야.

동욱-아버지! 딸자식을 제물로 올려놓고 무슨 딴말씀을 하세요.

재수-뭣이라구? 제물이라니? 누가 제물이란 말이냐?

동욱-(혜경을 가르키며) 이애를 보세요. 이리의 입발 앞에 떨고 있는 게 모양을 보세요. 자기 혈육으로 비저낸 저 값 비싼 제물을 눈이 있거든 보시란 말입니다.

재수-예! 이놈아 바라. 야 이놈아 너같이 놀고 먹는 황소보다 부모가족을 먹이는 양이 곱절 났다.

동욱-(터지려는 격분을 겨우 누르고) 아버지! 가운은 제가 뼈를 갈고 살을 찍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도루 세우겠읍니다. 제가 글쓰는것이 그렇게도 못맞당하다면 당장이라도 붓을 꺾고 아버지가 하라시는대로 무슨 짓이라도 하겠읍니다. 그러나 이번 혼인만은 취소해 주십시요. 그 집에만은 보내지 말아 주세요. (마당에 무릎을 꿇고 엎디어 절을 한다) 아버지! 평생에 한번입니다. 이번만은 자식들에게 양보해 주십시요. (운다.)

김씨-여보 듣자니 조합장 댁 아들은 시장에서도 이름난 깡패랍니다. 나도 그런 소릴 들은바 있지만 설마 했더니…….

재수-임자도 저 못난 놈의 꼬임에 넘어 갔구려.

김씨-왼 세상사람이 다 아는 일이라는데…….

혜경-(재수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 다른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으니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지않고 하라는대로 결혼하겠어요. 그러나 이 혼인만은 취소해주세요.

재수-안된다 안돼! 어느놈이 와도 안되! 글세 시장조합장 이달근씨의 독자 이상팔이가 어떻단말이냐? 그애가 깡패라구? 힘센놈은 다 깡패냐? 이 애비가 그렇게도 사람을 못알아보는줄로 아니? 내 눈이 사팔뚜기냐 애꾸 눈이냐? 똑똑히 쳐다봐! 두 눈 똑 바로 박혀있다.

동욱-(일어서며) 아버지! 생각을 좀 곧쳐보세요. 시장에 가서 알아보세요. 깡패사위를 두고 낯 들고 다니시겠어요?

재수-이녀석아…. 주는 밥 얻어 처먹고 글인가 뭔가 쓰고 들어 앉아 있으면 됐지……. 네가 뭣이길래 에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건방지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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