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동욱-아버지! 혜경의 일생을 망치지 말라는 부탁이에요. 집안을 살려주십사 하는 애원입니다.

재수-듣기 싫다 넷놈이나 그런 헛수작으로 집안을 망치지나마라! 상팔이가 깡패면 어떻단말이냐? 어깬들 어떼? 넷놈같은 졸장부 쌀벌레를 아들로 가지느니보다 차라리 깡패사위가 낫다.

동욱-(울분이 폭발한다) 아버지 한방울이라도 따뜻한 피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식에게 그런 무모한 소리는 하지 못할겁니다.

재수-저 저놈이! 못할 소리가 없구나!

동욱-고금동서를 찾아보세요. 제자식 제딸 팔아……. 제 딸의 산 송장을 발판으로 출세하려는…….

(아까부터 대문 밖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권서방)

권서방-맛데이!

재수-저놈이(청에서 뛰어 내려 대문으로 달려간다.)

권서방-이크! 미친 개다! (급히 달아난다.)

김씨-동욱아! 그만해라. 동내 사람들 보기에 창피하지않니?

동욱-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창피가 다 뭐예요.

재수-(되돌아와서) 이 천하에 불효망칙한 놈! 둬라구? 또 말해봐라. 아가리를 찢어 죽일놈!

동욱-죽기가 무서워서 할말씀 못할줄아세요? 얼마든지 말 하리다. 아버지는 사람으로서 가질 최소의 양심찌꺼기도 없어요. 외놈 밑에서 원대로 벼슬을 했으면 물러앉아 자숙하실것이지 외놈이 물러간지 오년도 못되여 무슨 염칠 가지시고 정치를 하신다고 떠들고 일어나 집구석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노셨소? 그것도 부족해서 이젠 한낱 딸마져 정치의 희생으로 삼으실렵니까?

재수-이놈아! 아가리 닥치지 못해!

동욱-죽여 보세요. 못다한 말씀은 죽어 귀신이 되여서라도 하고야 말테요!

재수-옉기 고약한 놈! (뺨을 후려친다.) 죽어라 이놈! (김씨와 혜경 마당에 뛰여 내려 재수를 말린다.)

김씨-참으세요.

혜경-아버지 진정하세요.

재수-놓아라! 이것 못 놓겠어! (김씨와 혜경을 뿌리치고 동욱에게 육박한다. 김씨와 혜경은 필사적으로 매여 달린다. 반장 급히 등장하여 재수를 잡고 말린다.)

김씨-여보 청에 올라가요.

혜경-오빠! 오빠! 방으로 들어가세요!

반장-영감님! 점잖은 분이 왜 이러시요.

재수-이놈을 당장에……. 이놈을 어째줄고…….

반장-(재수를 대문박으로 끌고 나가며) 영감님이 아께 그 술에 취했나요? 왜 그러심니까? 그러지말고 나갑시다.

재수-저놈을… 저넘은 내자식이 아니야. 이놈!

반장-영감님 참으시고 나갑시다.

재수-이놈 어디 돌아와서 보자.

김씨-동욱아 올라가서 저녁이나 먹자 혜경아! 울지말고 저녁상 내 놓아라.

(혜경 청끝에 엎디어 울고 있다.)

동욱-(혜경의 등을 어루 만지며) 얘! 혜경아! 울지 말고 저녁이나먹자.

혜경-(동욱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오빠!

막이 내린다.

 

<제3막> 제1장

전막의 한달 후 이른 여름 오전

막이 오르면 중간 막이 내리워져 있다.

(극은 전무대에서 행해진다.)

하수쪽에 청석(靑石)의 오르막 길.

물통을 인 동내 부인 갑과 을이 상수에서 등장.

 

부인갑-아이구- 벌써부터 이렇게 물 소동이 심해서야 곧 여름이 돼면 어떻거나.

부인을-아무리 물이 귀해도 사람들이 체면이 있어야지! 거저 슬적 슬적 새치기를 하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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