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부인갑-앗다 판돌어머니두…. 그저께 새치기하다 대판으로 싸운 이는 누군데요. 호….

부인을-애색끼 젖맥일 시간은 급하고 글세 고등어는 졸아붙겠는걸 어떻게요. 권서방 새치기와는 좀 다르다오.

부인갑-글세요. 그놈의 권서방은 무턱대고 새치길 하거든. 여보판돌어머니 앉아서 숨이나 좀 돌립시다.

부인을-이놈의 곳은 오나가나 물소동이야. 이거 물 잘 나오는 고장으로 이사를 가던지…. (양인 하수 오르막길 평탄한 곳을 골라 각각 물통을 놓는다.) 아이구 그저 우에 권영감이 파는 우물만이라도 돼면 좀 낫겠지.

부인갑-여보 말두 마세요. 딸팔고 파낸 물을 어디 마음 놓고 마시겠나요. 꿀떡꿀떡 마시는 소리가 '어밀레'소리로 들릴까봐 무서워요.

부인을-참 딱도하지. 그 얌전한 혜경아기를 어듸라고 깡패에게 내 놓니. (권서방이 물을 지고 상수에서 어슬렁 어슬렁 등장)

권서방-지기미 떡을 할거! 미자바리를 째 죽을 년 놈들! 내 하나쯤 새치기 한기 뭐 그래 못 마땅하다고 호랭이 눈깔을 하고 막 덤비노 흥! 이래 비도 난 안동권씨하고도 양반이다. 예이 돌상놈들…….

부인갑-하…….

부인을-하하하…. 싸움은 끝났어요?

권서방-사내 기집 할 것 없이 모지리 우물에 막 쳐박아 열라 카다가 점쟎은 분이 차마 그랄 수는 없고 몇놈 막 때려 눕히고 오는 길이 앙잉기요!

부인을-밤 낮 맞고 다니면서 우리가 못봤다구 또 큰소리치네.

권서방-씨끄럽쏘마. 못 밨으면 가망이 있으이소! 이래비도 젊은 땐 씨름판이면 황소는 으례이 권주사 끼었거등. 혜경이 신랑델 하찌꼬-도 내 앞에선 고내기 앞에 지 밖에 안 되거등. 그 전에도 도망하는 혜경이를 쫓고 있는걸 내가 대문에 서-ㄱ 들어서(몸짓을 하며)가로 막고 임마! 니가 하찌고-란 놈이가? 어디 맛좀…

(상팔과 동식 하수 오르막길 위에 나타난다 차서방 깜짝 놀라 그야말로 고양의 앞의 쥐다. 부인들 비탈길 위를 홱 돌아보고 뒤로 물러선다.)

상팔-뭣이 어째! (부인들에) 이물통 빨리 비켜! 부인들이 물통을 비끼는 사이에 차서방 '이크! 호랑이 지말하면 온다 딩이'하며 상수로 불이 나게 도망한다.)

상팔-이 새끼야! 뭘 하고 있어! 빨리 가서 저놈을 잡아 오지 못해! (동식의 목을 잡고 앞으로 내 세우곤 뒤에서 홱 밀어버린다. 동식 비틀거리다가 균형을 바로 잡고)

동식-O!K! (상수로 달려 나간다.)

상팔-사람도 못 다니게 길 한 복판에서 이게 뭐요! 당신들 땜에 저놈을 노쳤소! (상수로 퇴장)

부인갑-아유! 우락부락도 하지!

부인을-어쩌면 처남 될 애를 저렇게 개 몰듯 할까?

부인갑-글세 말이지요. 최영감은 자꾸만 동장선거에 떨어지드니 이젠 눈이 뒤집히고 환장을 한 모양입니다. 큰 아들도 애빌 마리다 풀이 죽었는지 우물 파는걸 고분 고분 거들고 있다더군요. 아까운 자식들만 죽이지.

부인을-그영감 고집에 당해 낼 사람이 또 있을려구? 근데 오늘 저녁에 물나오게 제사 지내는겸 약혼식을 하고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한다던데 우리도 가봅시다.

부인갑-동장 선거 운동도 겸하는거지요. 약은 수로 꾀부리다가 제꾀에 넘어달껄.

부인을-표는 어디로 가든 우린 우리대로 물 나오기만 빌고 주는 음식이나 먹으면 돼쟎아요.

부인갑-그렇지요. 자 그럼 올라가 볼 까요.(물통을 인다. 을도 인다. 하수에서 권서방 헐떡거리며 살몃이 머리만 내밀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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