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상팔-(뒤로 슬금슬금 피하면서도 달겨들 틈을 엿본다.) 흥! 네깐놈 손에 죽을 하찌꼬-는 아니다. (그러나 달려들 틈을 못 찾고 육박 해 오는 동욱에게 못 이겨 대문으로 피해 다라난다.) 어디 두고 보자! 귀신도 모르게 없애 버릴테니! (퇴장 동욱 긴장이 풀려 파이프를 놓는다.)

(재수와 동식 뛰어 들어오고 뒤 이어 김씨 반 미친 사람같이 달려온다.)

재수-바 밧줄은 어쨌어 밧줄은! (상팔이가 끄내둔 밧줄을 들고 나가려 한다. 동욱 말 없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놈이! 끝끝내 훼방 놀테냐! 비껴랴!

김씨-혜경이를 빨리 건져 내야지 동욱아!

동욱- 저 깊은 우물에 꺼꾸로 뛰어 든 혜경이가 살아 있을 줄 아십니까?

재수-(파이프를 집어 들고 위협하면서) 비껴나지 못하겠단 말이냐? 못 비낄테냐?

동욱-(꿋꿋이 서서) 아버지는 죽은 자식 시체 마자 해치지 못해 이러세요? 혜경이는 깨끗한 죽엄을 택했어요.

재수-죽일 놈! 이놈 못 비껴나겠어!

동욱-(한발 앞으로 나서며 가슴을 벌리고) 자 저도 죽여 주세요. 혜경이 모양 아버지 손에 죽으리다.

김씨-동욱아! 비껴드려라. (쓰러져 운다.)

재수-비껴나지 '못 하겠나! 이놈! (파이프를 더 높이 치켜 들었으나 내려 치지는 못한다.)

동식-밧줄은 내가 가지고 가겠어요. (마당에 놓인 밧줄을 집어 든다. 동욱이 비호 같이 달려들어 동식의 뺨을 치고 가슴을 쥐어 박는다. 동식 뒤로 넘어 떨어진다. 상반신은 겨우 일으켰으나 일어서지는 못하고 그냥 주저앉아 있다.)

동욱-아버지! 아버지가 판 우물에… 아버지 손으로 판 묘에 혜경이를…(울면서) 혜경이를 그대로 고이 잠들게 해주세요. 죽은 자식에 대한… 아버지가 기루고 아버지가 죽인 자식에 대한 은혜에요. 혜경이는 영원히 죽지 않어요. 아버지만… 아버지만 혜경이를 저 깨끗한 물속에서 고이 잠 들게 해 주시면 혜경이는 우리와 함께 영원히… 영원히 살아 갑니다. 혜경이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거에요. 아무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어요. 아버지는 이 청석꼴에서… 이 메마른 땅에서 눈이 어두어 환영을 쫓아다녔을 다름입니다. 아버지 눈엔 묻 사람이 허수아비로 밖엔 안 보였어요. 아버지 자신도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어요. (재수 힘이 풀이어 들었던 파이프는 점점 밑으로 내려온다.) (조명은 혜경의 그림에 집중 된다.) 아버지의 정신적인 갈증만 고치시면 허수아비였던 혜경이도 이제 사람으로 되 살아 날거예요. 남은 우리도…… 아버지에 짓밟히고 눌려온 저 불상한 어머니도. 아버지가 망처버린 저 동식이도… 이 불효망극한 동욱이도…… 아버지 자신도 사람답게 살도록 해주십시요. (재수 힘 없이 파이프를 놓고 쓰러져 넋두리를 하고울고 있는 김씨의 등을 어루만진다.)

동식-형님 제생각이 잘못이였어요. 저는 이길로 자수하러가겠어요.

동욱- 아버지! 속세에 남은 우리 혈육의 손으로 혜경이를 묻어 줍시다. 그리고 이 메마른 땅에 참된 물이 나오도록… 분노에 쌓인 원한의 우물이 아니라… 왼 동네를 포근히 적셔줄… 인간에게 따뜻한 피를 주는 우물을 파냅시다. 아버지!

천천히 막이 내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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