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넘어 히말라야로 (5)

남쵸호수 주변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

포탈라궁에서 서쪽으로 3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노브링카가 여름 궁전이라면 포탈라궁은 겨울 궁전이다.

노브링카는 7대 달라이 라마에 의해 지어졌고, 지금의 새로운 궁전은 1954년 지금의 14대 달라이 라마에 의해 1956년 완공되었다. 정원과 분수대,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서쪽의 '칼상 포탕'은 황금빛의 모자를 쓴 형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로 맨 처음 지어졌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완벽하게 복구된 왕좌가 있는 방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정원은 가장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곳이다. 아름다운 극장이 있고 사람들이 축제 때는 춤을 추며 나들이 장소로 인기 만점인 곳이다. 요구르트 축제도 있다. 8월 초에는 가족들이 캠핑을 나와 바람을 쐬고 이웃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고도가 높고 날씨가 무덥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다. 노브링카 동물원이 유명한데 달라이 라마가 받은 동물들만 키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야크 기름으로 불 밝히는 촛불 모습.

1959년 라사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달라이 라마는 여름궁전에 기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그를 납치해 갈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티베트 민중들이 그를 지키려고 노브링카를 맨몸으로 에워쌌고, 그 과정에서 수천의 티베트 사원이 파괴됐으며 12만 명 이상의 민중이 학살됐다. 그는 그 해 티베트 군인으로 변장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탈출한 뒤 오늘날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비운의 군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달라이 라마가 건축하고 또 머물렀던 건물 '탁텐 미규 포트랑'앞은 수많은 여름 꽃들로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달라이 라마는 어쩌면 생전에, 색깔이 바래고 먼지가 뿌옇게 쌓인 그의 침대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궁전의 화려함이 일순간 부질없어 보였다. 노브링카는 한족 여행자들이 진한 애정 표현을 하는 아름다운 공원이자 정신적 영혼이 사라진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일 뿐이다.

남쵸호수 두 개의 큰 바위에 걸린 룽다.

남쵸 호수(해발 4,718m)는 라사에서 북쪽으로 190여 킬로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남쵸 호수 가는 길은 칭짱열차의 기찻길과 탕구라 산맥의 만년 빙하가 녹아 내리는 얄룽창포 강의 북쪽 지류와 나란히 하고 있다. 때마침 열차가 지나가기저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다. 가는 길은 강을 따라 기찻길을 쫓아 휘돌아가는 포장길이다.

'남쵸 자연보호구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곧 길이 가팔라진다. 황량한 붉은 산비탈 여기저기 유목민들의 천막이 보인다. 천막 주위에 광활한 들판에서 양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해발 5천190m의 라 큰라(La Kenla) 고개 정상에 도착한다.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바람에 룽다가 흔들린다.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꺼내 입었다. 고개에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티베트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을 함께 찍고 작은 기념품을 주었다. 그들의 땅이고 그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현실은 슬펐다. 저 멀리 남쵸 호수의 전경이 보였다.

남쵸(쵸는 호수라는 의미)는 남 호수라고도 하며, 티베트어로 '하늘 호수'라는 뜻이다. 동서로 70㎞, 남북으로 30㎞로 뻗쳐 있다. 면적은 1,920㎢, 최대 수심은 33m이다. 이 호수는 염호(鹽湖)로 그 빛이 얼마나 투명한지 '푸른 보석'으로 불린다. 만년 빙하로 덮인 녠첸탕글라 산맥이 하늘과 호수에 경계로 둘러져 있다. 호수의 푸른빛이 너무 눈이 부셨다. 티베트 고유의 푸른빛을 마음에 담았다.

세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호수라 불리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페루와 볼리비아를 지나는 티티카카 호수, 볼리비아에 위치한 라구나 베르데, 그리고 티베트에 위치한 남쵸호수다. 높이로 치자면 남쵸호수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우주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룽다가 바람에 나부끼며 내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하늘이 호수인지 호수가 하늘인지 분간이 안 된다. 염호라고 해서 물맛을 보았다. 호수 물은 짜지 않았다. 남쵸 호수엔 배를 띄울 수가 없다. 호수 엔 물고기가 살지만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성스러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다거나 배를 띄우는 건 불경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천 년 간 지녀온 금기를 아직은 깨지 않고 있다. 철도 개통으로 밀려오는 한족 관광객들 때문에 티베트인들의 순수한 본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자못 염려된다.

이곳은 유일하게 티베트인들이 관광업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티벳탄들이 허가증을 발급 받아 여행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쵸호수를 보호하기 위해 감시와 순례자 안내가 우선이라고 한다.

이 호수는 칭짱열차를 타고 라사로 올 때 창가에서 보았던 호수다. 실제 와서 본 남쵸는 기대 이상의 넓은 규모였다. 하늘과 주변의 높은 산들이 어우러져 천국이 아닐까 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바람소리만 들리는 이곳에서 왜 티베트인들이 하늘호수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다를 한번도 보지 못한 티베트인들에게 남쵸 호수는 바다 부럽지 않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선물해 주는 것 같다.

티베트 불교 중 라마교의 성지로 유명한 남쵸호수는 날씨가 자주 변한다. 고산증에 적응이 된 경우 하루 정도 지내며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과 시간마다 변하는 하늘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라사로 돌아와야 했다. 그저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호수의 아름다움은 단지 보기 좋은 아름다움이 아닌 몸과 마음까지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티베트에서 빠지지 않는 신성한 동물인 야크는 티베트인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친구이자, 평생을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이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고산에서 자라는 야크는 신이 내려준 친구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지내며 평생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개의 커다란 돌 사이에 매달려 흔들리는 룽다에 내 이름을 적었다. 룽다는 바람에 나부끼어 나의 작은 소원을 널리 전해줄 것이다. 진정으로 티베트의 평화를 기원했다. 뵈랑첸! (Free Tibet) -계속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