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포스텍 신임 총장 인터뷰

김용민 포스텍 총장

포스텍 제 6대 총장으로 앞으로 4년간 포스텍을 이끌어 갈 신임 김용민(58·사진) 총장.

제주 출신인 김 총장은 197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멀티미디어 비디오 영상처리, 의료진단기기, 의료영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96년 IEEE(미국전기전자학회) 펠로우로 선임됐고 2003년에는 호암상(공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부터 2년간 EMBS(미국 의학 및 생물학협회) 회장을 역임한 뒤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포스텍 총장으로 영입된 그를 만나 교육에 관한 비전과 대학 개혁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포스텍의 첫 외부인사 영입 총장이다. 총장직을 수락하는데 크게 작용한 점은.

=포스텍이 가진 잠재역량이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4반세기를 맞은 짧은 역사임에도 국내 정상,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한 것이 아주 놀랍다. 박태준 설립이사장, 고 김호길 초대 총장의 열정에 존경심을 가진다. 대학 규모는 작지만 소수정예의 연구중심대학이기에 충분히 내 역할을 다하면 아시아 Top Class에서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교수와 학생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앞으로 포스텍을 운영하며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마디로 수월성(Excellence)의 문화를 학내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제도나 시스템의 개선이나 혁신은 단기간에 할 수 있겠지만 소위 '문화'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기반(기초)부터 수월성의 문화가 녹아들어가도록 하려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노력해 나가겠다.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몸담았던 워싱턴대의 경우 지난 20년간 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 개인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고 해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선진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 수상 당사자가 어디에서 배우고 학위를 받았느냐가 중요하다. 수상의 영광은 사실상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육성 정책에 대한 견해는.

=워싱턴대에서 30여년간 교수로 있으면서 의료영상, 홈 헬스케어 등을 중점 연구해왔는데 Siemens, Hidachi 등 글로벌기업과 긴밀한 산·학협력을 진행하며 얻은 경험은 제품 개발이나 신규 기술개발에 치중하다보면 결국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지 않아 금새 한계가 온다는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한 해 연구비가 320억 달러에 달한다. 집중 투자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가 육성돼 피라미드 형태로 기초과학이 기반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포스텍의 향후 운영방안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대로 해야 한다. 포스텍을 포함해 국내 대학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시스템이 정립돼 있지 않다. 총장-부총장-처장-학과 주임교수-부서장 등 각 시스템에 적당한 권한의 분배와 책임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 확립되어 있지 않고, 보직자들의 프로페셔널 정신이 부족하다. 또 해외 명문대학과 비교할 때 앞에서 말했듯 문화의 차이가 크고 교수의 수준이 차이나는 것이 격차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학들이 대학평가 지표에 민감한데, 순위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대학의 수월성을 추구하게 되면 순위 상승 또한 당연히 수반될 것이라 본다. 따라서 지표를 상승하려는 노력 보다는 연구와 교육에서 최대한의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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