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일월산과 황씨부인당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일월산 일자봉에서 바라본 일출.

일월산(日月山)은 주(主) 산맥인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고봉으로 위쪽으로는 태백산과 연결되고, 아래로는 주왕산과 맥을 이루고 있다.

일월산은 봉화군 재산면과 영양군 일월면과 청기면 청기리의 경계가 되는 산이며, 모난 데가 없이 덩치가 큰 육산으로, 동으로는 동해가 바라보이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 하여 일월산이라 부르며 정상부에는 1천219m의 월자봉(月字峰) 두 봉우리가 솟아 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도 철종 12년(1861)에 작성한 '대동여지도(大動與地圖)'에 일월산을 눈부시게 표기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은 영동(嶺東), 남쪽은 영남(嶺南)이라 일컫고 이 세 곳의 정기를 모은 곳이 일월산이라 했다.

월자봉 아래에 위치한 황씨부인당 영정

△신비의 영산(靈山) 일월산

일월산 일자봉에서는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년 해맞이 행사가 열리고, 월자봉에 오르면 태백산맥과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서쪽으로는 청량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낙동정맥이 일자로 흐르는데 그 중에서 백암산이 뚜렷하게 보인다.

낙동강의 상류 지류인 반변천(半邊川)이 이곳 일월산에서 발원하며, 청축사라는 사찰터와 산령각, 황씨부인당, 용화선녀탕 등 볼거리가 있고 참나물, 금죽, 나물취, 더덕, 고사리 등의 산나물이 유명하다.

선녀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선녀탕

특히 일월산은 태백산의 가랭이에 위치하고 있어 음기가 강한 여(女)산으로 알려져 그믐날 전국 각지의 무속인들이 이 산을 찾아 영험함과 신통함이 더한 내림굿을 하면 점괘가 신통해진다 해 무속인들로부터 성산(聖山)으로 추앙받는 산이기도 하다.

일월산에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기도하고, 영험을 캐는 흔적들이 많으며, 무(巫), 민초들이 막걸리로 목을 적시며 굽어 살피라고 절절이 애간장 끓이며 간청했던 신앙이 있다.

용화세계, 미륵세상이 곳곳에 있듯이 이렇듯 수 백년의 역사를 거듭하며 일월산을 지킨 끝에 남겨진 우리 것의 전형(典型)이며, 거기엔 영웅신화를 비롯한 우리 고대문학의 원형이 담겨 있고, 여기서 노래와 춤가락이 흘러 나왔으며, 그 대표적인 영험의 상징이 바로 황씨부인당을 비롯한 산령각, 용화사, 선녀골, 선녀탕 등이 있다

일자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동해에서 떠올라 한반도를 비추는 첫 햇살을 맞이할 수 있는 곳으로 아련하게 동쪽으로 뻗어있는 산마루에서 솟는 해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와는 또다른 신비감과 장관을 이루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공군기지가 있는 관계로 상시적으로 개방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황씨부인당과 설화

31번 국도를 타고 봉화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영양터널이 나오고 영양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3.5㎞ 남짓 오르면 해발 940m의 일월재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길로 3㎞ 남짓 더 달리면 황씨부인당 앞에 다다른다.

일월산은 산신령이 살았다는 전설을 낳았을 만큼 신비로운 영산(靈山)으로 추앙되돼왔고 그로 인해 아주 오랜 옛날부터 토속신앙이 깊이 뿌리내렸지만 지금은 수많았던 당집들이 모두 정리되고 월자봉 아래에 황씨부인당이 남아있을 뿐이다.

황씨부인당에 여러가지 설화가 남아있는데 그 중 신랑의 어리석은 오해로 인해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하고 버림받은 여인이 평생 정절을 지키며 살다가 한을 품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우리 민족의 정한(情恨)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여러 문학작품의 소재로 다양하게 원용됐는데, 대표적인 작품에 조지훈(趙芝薰)의 시 '석문(石門)'과 서정주(徐廷柱)의 시 '신부(新婦)'가 있다.

당집은 원래 판자로 엮어 지은 남향집이었는데, 그 뒤 퇴락해 가로와 세로 2.8m의 벽돌집으로 개축되고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었다.

내부에는 시렁을 놓고 그 위에 황씨부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당리에 신심이 깊은 여자관리인이 있어서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당에 올라가서 촛불을 켜고 빌며, 일정한 제사일이 없고 때때로 부인들이 찾아와 촛불을 켜고 쌀과 과일들을 놓고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이들은 다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몸이 아프거나 재수가 없으면 찾아와 빈다고 한다. 그러나 당리 마을사람들은 이 신을 그 지방의 수호신이요 안토신(安土神)으로 믿으며, 안녕과 풍요는 이 여신의 조화라고 믿고 있고 있으며, 1976년 당 옆에 산령각(山靈閣)을 지었다.

△일월산 천화사와 선녀탕

황씨부인당에서 남쪽 산길로 30분 남짓 내려가면 청기면 당리리 마을에 위치한 아담한 천년 고찰 천화사도 둘러볼 수 있다.

비구니 사찰로 경북 의성 등운산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 16교구 고운사의 말사로 1950년대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고 하지만 자세한 내력은 알 길이 없으며, 대웅전과 요사채가 하나씩 있을 뿐인 아담한 절로 소박한 산사의 정취가 그윽하고 옆으로는 맑은 계곡이 흘러 운치를 더한다.

일월산 동쪽 기슭에는 용화선녀탕이 숨어있는데 선녀암이라는 작은 암자에서 2~3분쯤 산길을 오른 뒤에 계곡으로 내려서면 용화선녀탕이 반긴다.

높이 10m쯤 되는 폭포 아래로 파인 웅덩이가 욕조를 닮아 신비스러우며, 선녀를 다스리던 신선이 내려와 살펴보고는 물이 맑고 부드럽다며 선녀들의 목욕을 허락했다는 전설이 있어 이 웅덩이를 선녀탕, 이를 품은 골짜기를 강림골이라고 일컬으며 지명을 따서 용화계곡이라 하며, 백옥 같은 몸을 비스듬히 누이고 새소리를 벗 삼아 목욕하는 선녀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