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학력평가 성적 올리기 '급급' 올바른 자아형성 위해서는 예체능·독서 프로그램 확대해야

ㆍ올해부터 모든 학교 주 5일제

ㆍ근무 업무부담에 상담시간 부족 우려

ㆍ교사들 학급경영 리더쉽 길러야

학교폭력에는 수학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자고나면 새로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 이 같은 광범위한 학교폭력에는 수학 교육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의 고려능력개발원 안상섭 원장은 우리나라 수학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 원장으로부터 요즘의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학교 폭력에 대해 교사와 학교들의 대처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왜 아이들은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내 상담시스템은 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의 교육제도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학업성취도평가다. 교사들이 이 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신경을 써야 한다. 평가 결과 성적이 떨어지면 패널티를, 잘하면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교사들은 생활지도보다는 성취도평가에 더 신경을 쓰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평가 결과 학교가 서열화 된다. 이러니 학교의 학력은 올라가도 속은 곪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권 들어 이 같은 일이 심해졌다.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면서 영어 국어 수학 과목에 더욱 치중하고 기타과목과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하는 예체능과목은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우리 교육은 수학 교과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수학 과목은 대학에선 별로 필요 없다. 심지어 이과대에서도 수학이 필요 없는 과가 많다. 생각을 해 보라.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서 수학에 얼마나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가?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기초수학만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필요에 의해서 심화수학을 해야 한다고 본다. 초등~고등학교는 재미있는 기초 수학을 하는 정도만 돼야 한다. 수학 교사와 교수들은 이런 얘길 하면 펄쩍 뛰며 창의력이 수학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창의력은 수학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는 수학 때문에 공부 자체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려면 어려운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자아가 제대로 성장하도록 책을 많이 잃게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야 한다."

-학교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가.

"일이 벌어지면 제대로 오픈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폭력사건 있으면 교사도 교장도 문책이 되니 그런 것이다. 교사 평가도 문제다. '교사평가때 보자'고 협박하는 아이도 있다. 대학생도 아닌 아직 미성숙한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스승을 평가하게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게다가 학부모에게 교사에 대한 평가를 맡기는 것도 문제다. 부모들은 아이들 얘기를 듣고 그대로 평가한다. 객관성도 신뢰성도 없다. 다면평가정도만 해야 한다. 이런 교사 평가로 수업보다는 인기 관리하는 교사가 점수를 좋게 받게 된다. 생활지도할 때 선도적 차원에서의 체벌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꿀밤 한 대도 못 때린다. 생활지도시스템이 다 무너져버렸다."

-현재의 학교폭력 실태를 교육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학교폭력예방에 대한 모임이 있어 갔었다. 관내 교장, 교감, 학생부장, 생활지도 담당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다. 그때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걸 봤는데 그 자료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경찰 자료에는 분명히 폭력사건이 있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는 것도 있었다. 담임교사는 문책이 두려워 폭력사건을 제외했을 것이고. 학생부장과 교감, 교장은 교육청의 문책과 인사고과에의 부정적인 반영을 우려했든지, 복잡한 보고체계가 두려워 교육청 보고에는 뺐을 것이다. 혹시 문제가 있어 교육청에서 물어오면 몰랐다고 하면 된다. 학교폭력에 대해서 일선 학교에서는 우선 자기들끼리 쉬쉬하다 나중에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자치위원회라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지인들로 구성되고 위원회의 결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의 대처 능력은 문제가 없는가.

"문제가 많다. 때문에 교사들도 상담연수를 많이 받고, 자격만 갖춘 상담교사가 아닌 전교사가 상담교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도 힘들다. 당장 올해부터 모든 학교에서 주5일제 근무를 시행하는데 교과 책임시수는 그대로 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도 거의 매일 7~8교시를 하게 된다. 얼마나 수업부담과 업무부담이 되겠는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지만 교사는 아이들을 자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학급경영을 잘 할 수 있는 리더십 있는 교사가 돼야 한다. 리더십이 부족한 교사가 담임을 하면 문제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을 놀리는 아이도 많아진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리더십 없는)교사에게 얘기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게 되면 더욱 폭력적으로 된다. 정말로 교사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노동자가 아닌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업무가 많다보디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폭력 원인을 학교와 교육제도의 문제점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정에서 우선 예방이 돼야 한다. 과거 대가족에서는 형님이 동생을 키우고 할머니가 손자를 키우면서 상담이 저절로 됐다. 그러나 핵가족화하면서 맞벌이도 늘고 애들은 밖으로만 돌아다닌다. 밥상머리 교육을 할 시간이 없다. 부모와 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적다. 인성은 가정에서 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부모와 대화할 때 교사를 무시하는 언행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도 교사를 무시하게 된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이야기 할 때, 학교와 교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상담하다보면 그 부모들이 아이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인다. 기소 유예자 아이를 부모와 함께 불러 상담하다보면 내 앞에서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가 학교에서 가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자살 학생이 잇따른 대구의 그 학교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7월 학생이 자살한 이후 이번에 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는 것은 그 학교의 생활지도와 학생상담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7월에 그 사건이 일어났으면 관련 학생들에 대한 상담을 계속해야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덮으려 했거나 무관심했을 것이다. 그 학교에는 상담 전문가도, 상담 의지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 교육청은 학교마다 위 클래스를 설치해 상담활동을 강화한다고 한다. 잘 될 것으로 보는가?

"과거 경북에는 '교도교사'라 해서 도덕과 기타 교과에서 과원이 되는 교사들을 일정한 시간의 연수를 받아 학교마다 1명씩 배치됐었다. 하지만 이후 교사배정 기준이 바뀌면서, 점차 12학급에서 18학급으로, 18학급에서 30학급 이상 1명으로 배치되면서 이들은 교육청 파견 순회교사로, 혹은 자신의 전공으로 다시 돌아 간 상태다. 현재는 이들 마저도 대부분 퇴직해 상담교사가 많이 부족하다. 과거보다 상황이 열악해졌다. 이렇게 되니 교육청은 학부모 자원봉사자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임시직을 위클래스 상담요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요원은 상담 자체보다는 임용고시 준비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교과부에서 2011년에 실시하고 있는 진로상담교사제도를 들여다 보면 얼핏 보면 전문상담교사 같지만 사실은 진학상담교사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전문상담교사의 연수를 하게 하고, 또 이미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를 정원에 포함시키고 더 늘여야 한다."

* 안상섭 원장 약력

-대구대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학과(석사)

영남대 심리학과 상담 및 건강심리학과(박사) 졸업

-전 포항영신고 교사(상담부장, 학생부장 외)(1993.3.1~2009.8.31)

-전 법무부 포항범죄예방협의회 소년선도분과 위원(청소년 상담)(2003~2011.8.31)

-전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교수(2008.3.1~2009.2.28)

-법무부 포항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상담분과 위원(2005.1~현재)

-㈜고려능력개발원 원장(2009. 9.1~), 준열스트레스대처연구소 소장(2003.6.~)

-고려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학과 겸임교수(2009.3.~)

-자격:전문상담교사 1급, 1급 정교사(중등 사회), 임상심리치료사(미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치료사(미국상담심리학회), NLP 전문가(신경언어프로그램), 국제최면전문가

-수상:검찰청 포항지청장상(청소년 상담관련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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