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역사칼럼 연오랑 세오녀의 진실

세오녀 탄생에 얽힌 비밀을 풀어보자.

우선 신라의 '아구느마'라는 늪 이름 풀이부터 ―

'아'는 우리 고대어 '알'의 준말이다. 일본인들은, 우리말을 할 때 흔히 받침을 생략하여 발음한다. 받침은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발음하면 '알'은 '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알'이란, 사철을 가리키는 우리 고대어였다. 따라서 '아구느마'의 '아'는 사철을 뜻한 말임을 알 수 있다.

'구'도 '굽'이라는 우리말의 준말이다. '굽다'의 어간(語幹)임을 알 수 있다.

'느'는 '늪'의 준말.

'마'는 '터', '공간'을 가리키는 우리 옛말이요 동시에 일본말이기도 하다.

우리말과 일본말 가운데는 이와 같이 같은 소리, 같은 뜻을 지닌 낱말이 적지 않다. 먼 옛날, 우리말과 일본말이 같았음을 일러주는 증거일 것이다.

어떻든 '아구느마'는 '알 굽는 늪터'라는 우리말의 일본식 발음임을 알 수 있다.

알, 즉 사철을 굽는 늪가란, 고대 제철(製鐵)터를 가리켰다. 고대 제철은 반드시 늪이나 호수 같은 물가에서 베풀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구느마 늪가에서 살고 있던 여인이란, 제철터에서 일하고 있던 여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세오녀 어머니는 반란을 겪었다

낮잠 자고 있던 여인의 생식기를 '무지개처럼 빛난 해가 비추었다'는 것은, 반란 사건이 일어났음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고대의 중국에서는 '첨위설'이라는 운명 예측법이 유행했는데, 이에 따르면 무지개처럼 빛난 해(또는 해에 꽂힌 무지개)는 반란을 뜻했다고 한다.

따라서, 역사서의 반란을 표현하는 대목은 흔히 '해가 무지개처럼 빛났다'거나, '해에 무지개가 꽂혔다'거나 하는 글발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미루어 세오녀의 어머니인 이 여인은, 제철터의 우두머리급 지배자였고, 반란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제철터는 모름지기 국왕이 직접 지배했던 고대의 관행으로 미루어, 세오녀의 어머니도 여왕급의 여인이었다고 짚어지는 것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20년(서기 173년) 5월조에, 『왜국(倭國)의 여왕 비미호(卑彌乎)가 사신을 보내어 왔다』는 기술이 보인다.

중국의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의하면, 당시 그녀는 왜(倭) 30여개 나라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었으며, 나이는 많고 남편은 없으며, 남동생을 시켜 나라일을 다스렸던 것으로 되어 있다. 반란을 피하여 일본에 갔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신라의 아구느마'라는 그 늪가 제철터는 어디에 있었던 작업장이었을까.

훗날 세오녀가 제철 작업을 한 도기야(都祈野), 즉 요즘의 포항 도구(都邱) 언덕의 일지(日池) 늪가였다고 짚힌다.

세오녀는, 어머니가 다스린 제철소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도기야 작업장은 참으로 오래 계속된 제철터였음을 새삼 실감케 된다.

여인이 낳은 아카타마(赤玉) 즉 붉은 구슬을 얻은 사나이는, 그 구슬을 늘 허리에 차고 다닌다.

'아카타마'의 '아카(赤)'는 '붉은', '타마(玉)'는 '구슬'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아카'는 우리말 '아가(아기)'와 상통하는 말이요, 한자 '옥(玉)'은 '왕(王)'을 가리키기도 하는 한자이고 보면, 아카타마는 '아가왕'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오녀의 어머니인 지체 높은 여인으로부터, 귀한 딸을 넘겨 받은 그 사나이는 대체 누구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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