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의 최고령 경로회장 '언제나 청춘'

경로당에서 대담을 마친 신석우 회장님(오른쪽)과 장태환 총무님.

최고령 경로회장님을 찾아뵙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어르신은 정녕 어떤 모습을 하고 무슨 말씀을 해주실까? 궁금한 것도 많고 자못 기대가 컸다.

소문에 의하면 회장님은 목소리가 청년 같고 눈과 귀도 음주량과 활동량도 아직은 혈기왕성한 장년 같다고 전해 들었다. 필자는 이 소문이 필시 과장되었으리라 생각해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들은 이야기들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했다.

이윽고 필자가 만나본 할아버지 회장님은 한마디로 거짓말 같이 건강하셨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허리가 전혀 굽지 않았고 머리 숲은 청년같이 풍성했으며 눈빛은 형형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해 회장님을 만나보는 순간 정말 이럴 수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당시 필자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신석우(92) 회장님을 필자 혼자선 찾아뵙기는 너무 아까웠다. 당장이라도 친지들한테 전화를 해서 회장님 목소리부터 먼저 들어보게 하자 이런 기분이었다. 회장님은 필자가 왔다는 전화를 받고 급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고 하셨다. 회장님의 연세로 보아 오토바이는 좀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아직은 끄떡없어요. 안경은 쓰지만 밤에도 신문을 보고 순발력도 아직까지는…" 경로당 장태환(81) 총무님이 말씀을 보탰다. 회장님은 대구 앞산 같은 험한 산길에도 오토바이를 타시고 경북 군위군까지도 예사로 왕복하신다고.

-할머님 연세와 건강은 그리고 내외분 금술은 어떠하신지요?

"할멈 나이는 여든 다섯이고 시장 봐와서 식사를 챙겨줄 정도는 되지. 금술은 7남매를 낳아 키웠지만 아직까지 크게 다툰 적은 없었지요"

-회장님 음주량이 궁금합니다.

"평일에는 반주로 소주 한 병 정도이고 '2차, 3차' 갈 때는 좀 더 마십니다"

-눈과 귀는 생활에 지장이 없으신지요?

"잘 안보이고 못 들으면 경로회장 못하지요. 우리 경로당에서 전화를 내가 받는 것은 경로회원들이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회장인 내가 전화당번이 된 것입니다"

-평소에 식사는 무엇을 드시고 몇 시에 자고 일어나시며 운동은?

"음식은 전혀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밥상은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3끼 먹고 9시에 자고 아침 5시에 일어나며 운동은 내가 사는 동네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입니다"

-자손들의 효와 우애, 가풍을 좀 소개해 주시면 합니다.

"요즘 불효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자식들만 탓할 일 아닙니다. 불효의 가장 큰 원인은 가르치지 않았고 돈벌이에만 정신이 팔려 조상 섬기는 일에는 부모가 모범이 되어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효경에는 무엇보다 부모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세에 와서는 부모님 산소도 잃어버리고 제사를 내팽개쳐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니 효가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저는 33살 때부터 객지를 전전하며 온갖 고생을 다해도 한 번도 조상님 제사에 불참한 적이 없었고 쌀이 떨어져 밥을 굶어도 돈이 없어 빚쟁이에게 쫓겨도 조상님 제사를 소홀히 한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매년 하는 행사지만 우리 할멈 생신이라고 아들, 딸, 손자, 손녀 40여 명이 대구 팔공산에 모여 잔치를 합니다. 우리 집안은 예로부터 효와 우애를 가장 중요한 가법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감추어두신 불로장수의 비법이 있으리라고 믿고 찾아왔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 나를 만나보고도 그런 얘기를 합니까? 생각하고, 일하며, 먹고, 잠자는 일 보통사람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습니다. 뭔가 기대를 걸고 왔다고 하니 참고했으면 하는 말로 '평소에 마음을 잘 써야 합니다.' 순리와 양심을 거스르면 그 당시는 득이 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익이 되질 않습니다. 돈과 명예를 좇는 것도 따지고 보면 행복감을 가지려고 하는 것인데 불안이나 긴장감,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면 행복감은 곧 달아나 버릴 뿐 아니라 결국에는 건강과 장수도, 명예와 재물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순리를 어긴 과욕은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경로당서 회장님이 하시는 일은?

"요즘 경로회장은 옛날처럼 어험하고 앉아서 우대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회원들 길흉사는 다 다녀야 하고 마을 행사는 노인들 대표로 참석해야 하며 회원이 60여 명 이상 되면 회장 할 일이 쉴 사이 없이 많습니다."

할아버지 회장님과 대담을 마치고 궁금증을 풀기위해 보고 들은 것들을 되새겨 보았는데 상어른께서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평범하셨고 더할 수 없이 인간적이셨다. 그리고 여느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만큼 의식주가 친자연적이셨다. 이런 것이 보통사람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회장님의 불로장수는 특별한 사고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몸과 마음으로 소화하고 조화를 이루어냄으로서 젊음과 행복감을 창조해 낸 것이라고 섣부르지만 독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견해를 밝힙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