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어렵지만 배울수록 매료돼"
"漢詩, 어렵지만 배울수록 매료돼"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2년 09월 16일 21시 51분
  • 지면게재일 2012년 09월 17일 월요일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항노인복지회관 한시(漢詩)반 근원 박우태 선생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니더라도 나이 들어서 시를 쓰며 사는 생활은 참 품위 있고 여유로워 보인다. 포항노인복지회관 박우태 선생은 현대시와 한시를 함께 아우르며 노년에 시와 수필 등 문학 장르 뿐 아니라 주역, 서예, 컴퓨터, 민화, 고급 한문 등을 공부하며 자기 수양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무관(無冠)의 문학인이다.

선생의 주역과 한시 선생님이신 송정 박재호 선생은 그의 공부야 말로 공자가 말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 자신을 위한, 자신의 수양을 위한 학문'이며 그가 학문으로 쌓아온 겸양과 덕은 주위에 본보기가 되고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칭송한다. 선생은 함께 글을 쓰는 시인인 부인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건강도 지켜주는 복지관이 있어 그의 노년은 풍성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글쓰기는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원래 글쓰기를 좋아해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지요. 그 후로도 글은 꾸준히 썼습니다."

-등단하기 위해 응모하신 적은 있으신지요?

"그런 것은 안 해봤습니다. 등단보다 나 자신의 수양과 발전을 위해서 내가 쓰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 누구의 평가 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만족하고 나 자신을 잘 단속하고 사는 것이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요."

-현대시도 공부하셨고 한시도 쓰시는데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요?

"한시 공부는 복지관에 와서 박재호 선생님 만나서 공부하게 되었지요. 선생님을 만나서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주역과 한문, 한시 공부를 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지요. 한시는 어렵지만 배울수록 매료돼요. 현대시는 내가 쓰고 싶을 때 뚝딱 쓸 수도 있지만 한시는 음과 율을 맞춰 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끙끙대도 실패할 때가 있어요. 벌써 한시를 시작한 지가 6~7년 되는데 아직도 제대로 쓰려면 멀었다 싶거든요. 한시의 깊이에 비하면 현대시는 좀 가볍다고 할까, 아무래도 맛이 덜 하지요."

-주역공부도 오래 하셨는데, 사람을 보면 운명이 보이십니까?

"우리 선생님이나 저나 운명을 점치고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싫어합니다. 거기에 나오는 윤리나 도덕성 같은, 학문적으로 접근해서 공부합니다. 이름 하나 짓는 것도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선생님께 물어요."

-글쓰기나 주역 이 외에도 서예, 민화 등도 공부하시는데 복지관에는 몇 개의 강좌가 있습니까?

"모두 45개의 과목이 있는데 회원 수는 5천명이나 되니 한 사람이 두 과목 이상 신청을 못합니다. 나중에 마감하고 자리가 있으면 더 신청할 수도 있는데, 나는 다섯 과목 정도 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에 안 나오실 때는 무엇으로 소일하시는지요?

"여기 안 나올 때는 별로 없지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쉴 때도 한문이나 한시반 숙제 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보내요. 거의 모든 생활이 복지관과 연결되어 있지요. 여기 오고부터 여기서 만나는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복지관의 어떤 점이 좋습니까?

"한마디로 노인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지요. 제각각 취미나 소질대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같은 것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당구대도 있어 당구도 칠 수 있고, 뒷산에 산책로도 잘 돼있어 점심 먹고 한 시간 반 정도 산책하면 운동 부족도 해결됩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건전해요. 담배 피우는 사람도 별로 없고….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도 여기 와서 많이 끊어요. 노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주역을 오래 공부하셨고 대학, 중용, 논어, 맹자에, 한시, 고급 한문까지 두루 섭렵하신 선생에게 요즘 옛 예절이나 학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동네에서 서당을 열어보실 생각은 없으시냐고 묻자, 역시 위기지학을 내세우시며 더 자신을 닦아야지 남을 가르칠 경지는 못된다고 겸손해 하신다.

그러나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위인지학도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선생의 위기지학(爲己之學)이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꽃 피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이정희 명예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