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연합

'불굴의 스케이터' 이규혁(36·서울시청)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규혁은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를 마치고 "오늘이 선수로서 마지막 레이스였다. 다음 올림픽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1991년부터 20년 넘게 태극마크를 지켜 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2007, 2008, 2010, 2011년 4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m 정상에 올랐다.

1997년에는 1,000m(1분10초42), 2001년에는 1,500m(1분45초20)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번 소치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6번째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날 1,000m는 그런 '선수 이규혁'의 마지막 경기였다. 성적은 21위(1분10초049).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한참 동안 링크를 돌며 손을 흔들어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화답했다.

이후 만난 이규혁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취재진과 얘기하는 도중 간간이 목이 메어 말을 멈춘다거나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도 보여 '마지막'임을 실감케 했다.

이규혁은 "너무 오랜 시간 도전을 이어오면서 올림픽은 나에게 선수로서 활동하기 위한 '핑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메달이 없다는 말을 하며 계속 출전했지만, 사실은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 올림픽에 나왔다"면서 "선수로서 행복했다"며 감회에 젖었다.

마지막이 된 이번 올림픽을 치르면서는 다소 힘에 부친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규혁은 "1,000m에 집중하고 싶어서 500m를 기권하면 다른 선수가 나갈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지만 안 되더라"면서 "오늘 레이스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든 생각도 '힘들다'였다"고 말했다.

스케이터로서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규혁은 자신이 '올림픽 메달이 없는 선수'였다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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