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귀화 안현수, 남자 1,000m서 8년 만에 정상 탈환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가 15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연합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주력 종목인 1.000m에서도 메달을 따는 데 실패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 위기에 처했다. 이 종목 금메달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차지했다.

심석희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9초239로 저우양(중국·2분19초140)에 이어 2위로 레이스를 마쳐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로써 심석희는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화성시청)에 이어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한국에 두 번째 메달을 안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여자 1,500m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딴 한국 쇼트트랙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저우양에게 우승을 빼앗겼다가 이번에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심석희를 앞세워 정상을 되찾으려 했지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금메달을 따고 다관왕의 시동을 걸려던 심석희로서도 아쉬움이 남는 은메달이다.

심석희는 시니어 무대에 첫선을 보인 2012-2013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1,500m의 월드컵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종목 절대 강자다.

지난 시즌 6차례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1차 대회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500m는 6개 대회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 시즌에도 세 차례나 우승했다.

결승까지는 순항했다. 예선 1조에서 스타트를 끊은 '차세대 여왕' 심석희는 2분24초765만에 결승선을 통과,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도 2분18초966의 기록으로 1조 2위에 올라 상위 두 명에게 주는 결승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 500m 경기에서는 준준결승에서 탈락한 심석희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 결승 출발선 앞에 섰다.

긴장한 듯 맨 안쪽에 자리한 디펜딩 챔피언 저우양이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 뛰어나가 다시 출발을 기다려야 했다.

안쪽에서 두 번째 레인에 선 심석희는 4위로 출발해 초반에는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기회를 엿봤다.

뒤따르던 선수들이 미끄러져 엉켜 넘어지는 혼란 속에 한때 선두로 치고 나간 심석희는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에게 곧 1위 자리를 내준 뒤 치열한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다섯 바퀴를 남겨놓고 다시 속도를 내 1위로 치고 나간 심석희는 줄곧 리드를 이어가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레이스 막판 저우양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결국 올림픽 첫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저우양은 대회 2연패를 이뤘다.

동메달은 폰타나(2분19초416)가 차지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2위 김아랑(19·전주제일고)도 결승에 올라 메달을 노렸지만 레이스 도중 미끄러져 반칙 판정을 받았다.

여자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는 준결승 경기 중 코너를 돌다가 추월하려는 에밀리 스콧을 밀쳤다는 판정을 받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어 열린 남자 1,000m에서 한국은 메달 획득에 또 실패했다.

신다운(21·서울시청)이 결승까지 올랐지만 반칙 판정을 받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심판진은 신다운이 레이스 중 경쟁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일 1,500m 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탈락한 신다운은 1,000m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해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남자 1,000m는 한국이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제외하고 5차례 정상을 지킨 종목이다.

이에 앞서 이한빈(26·성남시청)은 준결승 레이스 초반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는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1,000m와 1,500m, 그리고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8년 만에 1,000m 정상 자리를 되찾으며 통산 네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챙겼다.

토리노 대회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던 안현수는 이번 소치 대회에서도 남자 1,500m 동메달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메달을 수확하며 자신의 올림픽 메달을 총 6개로 늘렸다.

은메달은 역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1분25초399)가 가져갔다. 동메달은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1분25초611)의 목에 걸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