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몸과 마음을 가진 이중적 존재입니다. 기실 몸과 마음은 하나이지만 때로는 전혀 별개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하나로 설명하는 견해(생물학적, 유물론적 인간관)와 마음이 몸의 주인이라고 설명하는 견해(불가, 유가 등 유심론적 인간관)가 양립합니다. 저는 마음도 몸의 일부라고 보는 쪽에 동조합니다. 마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든 것(정신, 영혼, 심리)이 몸에서 발원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아마 수십 년간 무도가(武道家)의 한 사람으로 살아온 것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짐
지난 2020년 10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출장을 5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이었으며 지난 6월에도 ASML 본사를 한 번 더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ASML은 초미세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 시가총액 1위의 절대 강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만이 유일하게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회로를 새길 수 있기에 ‘슈
재난 트라우마는 리커링 효과(recurring effect)를 동반하곤 한다. 재난을 직면한 당시의 충격을 상기시키는 과거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그리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에 이르기까지 필자의 삶에서도 대형 사고와 참사가 연도순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아마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가장 또렷이 기억되는 재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2001년 9/11 사건을 경험한
“이제 다 이루셨네유?”“왜 그렇게 잘 풀리시쥬?”“평소 쌓으신 덕이 많으신가봐유?”근자에 가까운 후배 동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옮긴 것들입니다. 모두 저와 제 자식들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제 다 이루었다”라는 말은 사실 시시때때로 제가 혼자 속으로 되뇌던 말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그 말을 하신 후배님은 다른 직장 동료분들께도 제가 외손(外孫)과 친손(親孫)을 연이어 본 것에 대해서 열심히 전파하고 다니신다고 합니다. 제가 퇴직을 해서 직접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고맙기
지난 11월 9일은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지 33년이 된 날이다. 1989년, 당시 서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녔던 필자에게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동베를린 주민들이 베를린장벽을 넘게 된 것이 11월 9일 밤늦은 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에는 동쪽 주민들이 장벽의 주요 포스트마다 설치된 문을 열고 서베를린으로 넘어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를 뉴스를 통해 들은 기숙사 옆방의 독일인 친구가 이른 새벽 방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급히 친구의 차를 타고 기숙사 가까운 부란덴부르크문으로 가니 이미 동베를린 주민 수
2020년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창립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첫 대면 합동운영위원회가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 시민사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일본 측 4명의 공동대표를 비롯한 13명의 대표와 한국의 19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22년 11월 8일 화요일부터 10일 목요일까지 열렸다. 팬데믹 중에 역사정의와 한반도 평화과정, 평화헌법 지키기 등 양국 현안에 대한 연대를 위해 창립된 한일 플랫폼은 지난 2022년 8월 한일 청년 평화포럼을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양국 청년 2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불과 일주일 사이에 156명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 비극과 아연광산 갱도 붕괴사고로 매몰되었던 2명의 광부가 221시간 만에 구조되는 봉화의 기적이 함께 일어났다. 두 사건 모두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기에 희생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태원 참사를 접하면서 황망하고 슬픈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반면에, 기적 같은 봉화 광부의 생환 소식에는 안도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지면을 통해 참사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와 함께 기적같이 살
지역학은 특정 지역의 문화, 역사, 지리, 전통 등에 관한 학문이다. 1990년대까지는 지역보다는 지방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방이라는 용어는 ‘수도’ 내지 ‘중앙’과 관련을 맺으며, 수도/非수도, 중앙/지방을 구분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런 구분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 위치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갈등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방보다는 가치중립적인 의미를 가진 지역이라는 용어가 선호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와 사회·문화적 탐구를 위해 마련된 학문 분야가 바로 지역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분류법이 유행합니다. MBTI는 16개의 유형을 가집니다. 일단 외향적인 E와 내향적인 I로 나누고 그 하위분류로 감각형 S, 직관형 N, 사고형 T, 감정형 F, 판단형 J, 인식형 P로 나누어 16개 조합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외향적인 성격으로 ESTP, ESTJ, ESFP, ESFJ, ENFP, ENFJ, ENTP, ENTJ가 있고 내향적인 성격에는 ISTP, ISTJ, ISFP, ISFJ, INFP, INFJ, INTP, INTJ가 있다는
최근 대북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이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2일 08시 51분 북한은 강원도 원산시에서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한 발이 울릉도 방향의 북방한계선(NLL) 이남 동해 공해상에 낙탄 됐다. 미사일 탄착지점은 NLL 이남 27km, 속초 동방 57km, 울릉도 서북방 167km 지점으로서 이례적으로 강원도와 울릉도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벌어진 도발이며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사망자가 1명 더 늘어났다. 다수가 모인 군중 속에 꽉 끼어 옴짝달싹 못 했던 경험이 이전에도 있었고 해외의 뉴스 보도에서 이따금 압사 사고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상황(stampede)이 이렇게 무서운 일인지는 상상도 못 했다. 필자 역시 가끔 방문했던 익숙한 골목에서 이토록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는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이태원 참사 그 자체도 8년 전의 세월호를 다시금 떠올리게 할 만큼 트라우마틱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그 못
얼굴 생긴 모습을 두고 ‘고양이과(科)’니 ‘강아지과’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최근에는 ‘공룡과’도 생겼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과거의 ‘여우’와 ‘곰’이라는 대표 동물상징 대신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런 말들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짐작입니다만, 얼굴은 ‘고양이과’로 생기고 하는 짓은 ‘여우’ 비슷하면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남녀불문입니다. 젊어서는 특히 더 외모에 치중합니다. 그때가 제일 빛날 때거든요. 겉보다 속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려면 이런저런 산전수전을 겪어봐야 합니다. ‘1. 건강 2. 성품 3. 의리’라는 걸 알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예술계통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운동이 일어났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트세대(Beat Generation)로 부르며 당시 근대화된 산업사회로부터 과감히 벗어나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를 하였다. 그들은 약물과 혼을 뺏는 듯한 음악 등을 소비하면서 그들의 고유한 하위문화를 만들어 냈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히피(Hippie)운동이 퍼지면서 약물의 사용과 남용이 더욱 확산되었다. 특히 당시에는 마리화나, 해쉬시, LSD, 메스칼린(Mescaline) 등의 환각제가 남용되면서 히피운동의 일탈적 성격을 나타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린 핼러윈 행사로 10월 30일 오후 1시 02분 현재 사망 151명, 부상 8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적 대참사가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사상자의 대부분이 10대, 20대이며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외국인 사망자도 19명이나 되었으며 부상자 중 중상자가 19명에 달해 앞으로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의 심각성과 참사의 강도는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 참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이 사망자의 수가 부상자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통
영국 최초로 비백인, 인도계 이민 2세 리시 수낙 보수당 대표가 영국 총리에 취임했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한때 대영제국의 기치 하에 세계를 지배해 온 앵글로 색슨족의 본고장이 아니던가. 그런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 출신 이민자의 2세가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영국 수도인 런던의 시장도 파키스탄 이민자 2세 사디크 아만 칸이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영국은 지금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는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되었다.2008년 미국 대통령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의 운동회를 보러 갔다. 학부모가 된 후 처음으로 참석한 초등학교의 공식 행사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운동회라서 그런지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그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하늘을 수놓은 만국기, 청팀과 백팀으로 나뉜 학생들의 열띤 응원, 이를 악물고 다양한 종목에 임하는 여러 초등학생들의 모습까지.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풍경에 30여 년 전 운동회에서 흙바닥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어렵지 않게 떠올랐다. 그때처럼 돗자리를 깔고 가족들과 함께 김밥 도시락을 꺼내먹는 것까지는 아
나이 들수록 세상이 점점 단순해집니다. 온갖 자질구레한 낙천(樂天)과 염세(厭世)들이 힘을 잃고 희미해집니다. 소설을 읽든, 영화를 보든, 여행을 가든, 스포츠를 하든, 젊은 날의 알뜰살뜰한 감정들을 다시 살려내기가 힘듭니다. 사람살이에서 특별히 감명 깊고 재미진 것들이 있기나 했던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미세한 묘사(재현)보다는 윤곽 뚜렷한 서사(내러티브)가 눈에 잘 들어옵니다. 프랑스의 독문학자 마르트 로베르는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소설은 데려온 자식(사생아)의 이야기이거나 주워온 자식(입양아)의 이
지금까지 누군가가 필자에게 해준 칭찬 중에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몇 해 전, 한 세미나 자리에서 발표를 맡았던 적이 있다. 세미나를 마친 지 며칠이 지났을 무렵, 동료 박사가 연락해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어떤 선배분께서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다고 전해주었다. 특히 필자의 전공 분야에 속하는 주제인데도, 그간 나에게 익숙한 공부만 계속하다 보니 전공자로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은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솔직하게 했던 것이, 더 정확히는 그렇게 답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영화 (장예모, 2004)의 원제는 ‘십면매복(十面埋伏)’입니다. 영어로는 ‘비도문(飛刀門, House of Flying Dagger)’이고요. 세 제목은 각기 영화 내용 중의 한 부분을 전경화(前景化)하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연애를 내세우면 ‘연인’,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악전고투의 상황을 내세우면 ‘십면매복’, 영화에 등장하는 특별하고 위력적인 무기를 내세우면 ‘비도문’이 됩니다. 그런 식의 이름 짓기는 이를테면 콩을 볼 것인지, 메주를 볼 것인지, 간장을 볼 것인지와 비슷하다 할 것입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이 2천kg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치면 2조2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보면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마약 청정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약을 소비하는 형태는 모든 계층과 직업유형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심지어 군대에서도 병사들과 장교 사이에서 마약범죄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국내 외국인 마약 범죄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약은 이제 유흥가나 특수 연예인들의 일탈행동으로 보기에는 그 남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고 있다.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