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관룡사에서 옥천을 따라 만행을 떠나는 강물을 바라보며 붉은 장미가 선정에 들었다. 곽성일 기자

강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난다

옥천을 적시는 강물
쳐다보는 장미는
붉다 못해 처연하다

언제부터였던가

시작을 알 수 없는
물의 행렬 속에
오래된 침묵이 흐른다

강물은
관룡산 화왕산에
머물다
관룡사 부처님 그늘에서
선정에 들었다

이젠
세상으로 만행을 떠날 때

흐르면서 대지를 적신다
삼라만상에 생명을 창조한다

자연은 물의 보시에 춤춘다
꽃도 절정이다

장미, 페튜니아, 클레마티스
분홍낮달맞이, 작약, 불두화

꽃들은 바라볼 뿐

만행길 떠나는
강물을 관조한다

 

불두화가 햇살을 받으며 묵언 중이다.
꽃은 외롭지 않다, 제 스스로가 우주다.
사방으로 팔 벌린 꽃이 깨달음의 시간을 맞이한다.
글ㆍ사진=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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