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비구니 참선 도량
은해사 백흥암은
유월의 한가운데였다
유월 하루
평소 절문을 열지 않는
신비한 도량을 찾아갔다
구비구비를 돌아
마침내 아늑한 곳
어머니 뱃속의 편안함이었다
무언가 꽉 찬
텅 빈 충만이 절집에 가득했다
산이 깊지만 유월의 햇살은
절집 가득 쏟아졌다
오랜 기왓장을 미끄러져 내려
극락전과 전각에 머물렀다
극락전 아미타 삼존불에 삼배를 마친
햇살이 보화루에 길게 몸을 뉘었다
그림자가 된 햇살은 참선에 들고
뒤따르는 햇살은 극락전으로 향한다
오늘은 참선중인 비구니 스님 목욕하는 날
운 좋게 한나절 백흥암 주인 된듯했다
극락전 앞마당은 해탈의 고요가 머물고
보화루 난간 너머 아스라한 산봉우리는
수미산이던가
꽃들은 피어나고
햇살은 더없이 정겹고
해탈 도량은
깨달음의 깊은 울림으로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