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물 활용해 '억대 매출'…농촌에 부는 '젊음의 새바람'

<글 싣는 순서>
△‘귀농 1번지 경북’ 활력이 솟는다.
△콩 심은 데 이젠 돈 난다.
△판이 꿈을 키우는 무대로
△좋은 먹거리 소비자가 먼저 안다.
△농업의 첨단화 ‘스마트팜’
△‘맞춤형 상품 개발’ 영농조합법인
△농촌 활력소 ‘귀농·귀촌 유치지원사업’
△청년정착과 관광 육성 방안


16년간 귀농 1위 자리를 지키며 전국 귀농 1번지로 자리 잡은 경북지역에서 억대 농가의 성공 신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고소득 작목에 청년 농부들의 활약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농촌에 젊음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보호에서 앞장서는 친환경제품 '청송 ㈜청년연구소'

이석모(31)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 대표. 2017년 설립해 1만8182㎡부지에 사과와 마카를 재배하고 있다.
청년연구소의 브랜드인 ‘청송꿀땡이사과’는 청송 사과로만 유통하고 있으며 30여 회원 농가와 함께 3무농법(무착색제, 무비대제, 무제초제)를 실천해 50%이상 농산물이 저탄소인증을 획득했다.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는 농촌 활성화와 청년유입을 통해 청년마을 조성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청년이 주도해 농산물을 직거래하고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의 한 사과 농가는 청년들의 활기가 넘친다. 과수원에는 20~30대 청년이 모여 사과나무 손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슷한 또래가 함께 모여 일을 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농업회사 법인㈜청년연구소는 사과 주산지인 청송에서 이석모 대표(31)가 2017년 설립한 업체로 현재 1만8182㎡(5500평) 부지에 사과와 마카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로 지난해에만 2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경북지역에서 손꼽히는 청년 농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청년연구소의 브랜드인 ‘청송 꿀땡이 사과’는 청송 사과로만 유통하고 있으며 30여 회원 농가와 함께 3무농법(무착색제, 무비대제, 무제초제)를 실천해 50% 이상 농산물이 저탄소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친환경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설문조사를 통한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환경친화적인 종이상자와 함께 콩기름 친환경 인쇄와 종이 완충재등 국내 최초로 100% 친환경 종이 포장을 실천하면서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7년 설립 이후 2018년 6억 원의 매출에서 2019년에는 23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29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31세인 이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에 청송으로 귀농한 부친 덕에 고교 시절부터 농사일을 도우며 창농의 꿈을 키웠다. 부친의 권유로 안동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한 이 대표는 모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잠시 일을 했지만 주도적으로 일거리를 찾아서 일하는 성격과 맞지 않아 창농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함께 귀농의 꿈을 이뤄 나갈 동료를 모집했고 지금은 각자의 장점을 살린 20~30대의 직원 1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년연구소는 회사 이름처럼 청년들이 농촌으로 많이 유입돼 농촌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과와 마카 두 가지 품목 외에도 지역의 정직한 농산물을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농민에게는 제값을 소비자에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전달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사라는 것이 최소 1년은 지나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창농을 희망한다면 무작정 귀농을 하기보다는 관련된 일을 미리 접하고 철저히 준비해 농사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동 ㈜대가' 제품별 맞춤재배로 버려지는 농산물 최소화

김형한(44) 농업회사법인 ㈜대가 대표. 2017년 법인을 설립해 소비자 맞춤형 사과를 재배·판매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대가의 주력 제품은 세척사과와 사과즙이다. 경북 산지에서 생산해 선별, 세척, 포장 발송하고 있으며, 가정용과 정품, 홈과 주스 등으로 세분화해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을 최소화 했다.
김형한 대표의 목표는 안정적인 매출확보를 비롯해 직원 개개인이 대표 또는 팀장이 돼 사업영역을 맡고 직원들과 그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창농의 꿈을 꾸며 과수 판매 일부터 시작해 성공한 농가도 있다.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지난해에만 2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농업회사법인 ㈜대가 김형한 대표(44)의 이야기다.

2017년 법인을 설립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법인 설립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회 초년시절 건설회사에 다니던 김 대표는 집 앞에 있는 농산물 도매시장을 눈여겨보다가 2000년대 초반 회사를 그만두고 창농을 결심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모두 공직자로 농업과 관련해 전혀 지식이 없던 김 대표는 일을 배우기 위해 온라인 유통 방법을 알아보던 중 지역이 사과 주산지여서 사과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결혼한 상태였던 김 대표는 아내 차를 판 350만 원을 밑천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7~8년간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해 부모의 반대도 심했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10년여가 지날 무렵 지금의 20~30대 젊은 직원들이 합류하면서 회사가 커졌다고 한다.

현재 대가의 주력 제품은 세척사과와 사과즙이다. 경북 산지에서 생산해 선별, 세척, 포장 발송하고 있으며, 가정용과 정품, 홈과 주스 등으로 세분화해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을 최소화했다.

특히 사과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는 모든 상품을 소비자에 맞게 재배하고 있다.

그는 “안동에서 2만 평가량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모두 법인에서 수매해 판매하고 있다”며, “2019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수출길을 열었지만 안타깝게 지난해 터진 코로나 19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백신 접종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과칩과 사과즙과 같은 가공품 개발을 비롯한 국내외 판로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직원 모두가 대표 또는 팀장이 대 각자 사업 영역을 맡고 직원들과 그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한마음 한뜻으로 소비자의 욕구에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경산 프레쉬벨' 전공 살려 연구부터 유통까지 자체적으로

김근화(33), 양준열(41) 프레쉬벨 대표. 2016년 건강한 유아음료를 시작으로 설립해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유아 건강음료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프레쉬벨 대표 브랜드인 ‘파파주스’. 김근화 양준열 공동 대표가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재료를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파파주스 배도라지, 배수세미’는 어린이의 코와 목을 보호하는 건강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근화 대표와 무역학을 전공한 양준열 대표를 비롯해 평균나이 20대 후반의 직원 14명이 각각의 전공을 살려 제품연구와 제품디자인, 생산, 유통, 수출까지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프레쉬벨은 과수를 직접 재배해 판매하는 농가와 달리 다른 방식을 택했다.

같은 대학 출신의 김근화(33) 양준열(41) 공동 대표가 창업에 관심을 두고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재료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2016년 프레쉬벨을 설립해 인공 첨가물 없이 건강한 음료를 만들기로 했다. 자녀를 둔 직원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아이디어에 착안해 상품으로 연결한 ‘파파주스 배도라지·배수세미’는 2년여의 연구개발과 500여 명의 어린이로부터 관능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출시 후 초기 1년은 5000만 원도 되지 않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마트의 유아용 PB(private brand 자체상표) 제품으로 선정되면서 이듬해인 2017년에는 연 매출 2~3억을 달성했다. 이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17개월 만에 네이버 쇼핑 순위 1위를 차지하는 한편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의 PB도 운영해 명실상부한 유아 건강 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레쉬벨은 맛과 신선도를 위해 7개 시도에서 원물을 수매해 전국 각지의 농가소득에서 이바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는 영천과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도라지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사과는 청송지역을 중심으로 가장 맛있고 신선한 것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근화 대표와 무역학을 전공한 양준열 대표를 비롯해 평균나이 30대 초반의 직원 14명이 각각의 전공을 살려 제품연구와 제품디자인, 생산, 유통, 수출까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경북을 대표하는 청년 창농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준열 공동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맨땅에 헤딩’하고 다녔다”며 “제품유통과 수출, 제조 등 모든 부분에서 부딪히면서 하나하나 알게 된 것 같다”고 지난 5년을 되돌아봤다. 특히 “새로운 인재를 구하는 것과 자금을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다행히 창업 교육과 창업 멘토의 교육 덕분에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농·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반드시 창업 관련 교육을 통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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