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노력 하나하나가 성공의 밑거름 됐죠"
<글 싣는 순서>
△‘귀농 1번지 경북’ 활력이 솟는다.
△콩 심은 데 이젠 돈 난다.
△들판이 꿈을 키우는 무대로
△좋은 먹거리 소비자가 먼저 안다.
△농업의 첨단화 ‘스마트팜’
△‘맞춤형 상품 개발’ 영농조합법인
△농촌 활력소 ‘귀농·귀촌 유치지원사업’
△청년정착과 관광 육성 방안
농촌으로 청년을 유입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 감소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청년지원정책에 따라 귀촌 사례가 늘고 있긴 하지만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 너무 믿지 말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창농에 성공한 청년들의 귀띔이다.
△준비된 축산 후계인 조규제 강훈 목장 대표
구미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조규제(30) 대표는 연 매출 18억 원을 올리고 있는 전문 낙농인이다.
낙농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젖소들만 보고 자란 그는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해도 냄새나는 목장이 부끄러워 절대 목장은 운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편찮으신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장을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목장 일을 돕기 시작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모님의 권유로 홀스타인(젖소 품종 중 하나) 품평회에 출마한 것이 계기가 돼 낙농의 꿈을 꾸게 됐다. 이후 충북대 축산학과로 진학해 수석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목장을 운영하게 됐다.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북 군위에 있던 목장이 지역의 적법화 기준을 맞추지 못해 지난 2018년 지금의 자리인 구미로 옮겼고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해 8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된 로봇 착유 시스템은 우유 생산량을 크게 늘려 매일유업 등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가공공장에서 자체 브랜드 명으로 요거트와 우유, 치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자체 생산된 유제품은 네이버와 쿠팡, 지마켓 등을 통한 온라인 직거래나 대구·경북지역의 주요 로컬푸드 직매장, 학교 급식, 프렌차이즈 카페 등으로 납품하면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조규제 대표는 동물복지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현재 약 28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강훈목장 축사는 마리당 면적이 넓어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이다. 특히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우유를 짜는 시간 역시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젖소들의 상태를 고려해 진행하기 때문에 높은 신선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이러한 노력을 조 대표는 2018년 ‘축산업 가업승계 및 귀농 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에서 “가업을 승계하게 된 동기부터 축산물가공업(유가공)에 도전해 품질 좋은 유제품을 생산하며 경쟁력 있는 축산농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규제 대표는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신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생산량을 늘린 만큼 우선 판매자들이 수익을 더욱 남길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소비자들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강훈 목장의 제품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조 대표의 목표이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규모가 작다 보니깐 저가 공략이 안 됐지만 매장 수가 늘어나고 직거래가 커지고 납품도 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커지다 보니 업체에 납품 가격을 보다 저렴하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업체의 문의도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소비자들에게도 보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선한 우유를 비롯한 유가공제품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산촌마을 산채류 브랜드화를 꿈꾸다
문경에서 오미자와 산채류, 체험, 민박, 농업교육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담의 이소희(33) 대표는 유치원 교사 출신이다. 올해 귀농 7년 차인 그는 서울에서 살다가 1996년 부모님을 따라 아무 연고도 없는 경북 문경에 자리 잡고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이후 다시 서울로 올라가 유치원 교사생활을 했지만 2014년 다시 문경으로의 귀농을 택했다. 부모님을 비롯한 동네 어르신들이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제값에 농산물 가격을 받지 못하고 도매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는 게 이유다.
2017년 소담을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해 1억2000만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농촌에 살다 보니 젊은 청년 농업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 보였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잘 알리는 것도 농촌에 사는 청년으로서 해야 할 의무 중 하나라는 생각에 지역 특산물을 잘 포장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미자로 유명한 문경이 농촌과 산촌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임을 고려해 오미자와 같이 산채류의 브랜드화를 꾀한 것이 현재는 오미자를 비롯한 9개 품목의 선물세트와 답례품 등이 기업이나 행사의 답례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 판로개척의 연구 과정도 빼놓을 수 없는 이 대표의 자랑거리이다.
소담 설립 초기에는 1차 농산물에 대한 선물세트 포장 판매만 진행되던 것이 지역 특산물이 밑바탕이 된 오미자 청 수제 쌀강정과 견과류 등의 한식 디저트를 직접 개발해 9개 품목의 선물세트와 답례품 등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선물세트와 답례품 형식의 판매가 기업이나 회사 단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4월부터는 직접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워 농장과 가공장, 판매장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만큼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소담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다른 체험농장과 차별화를 둔 체험으로 총 4시간이 소요되는 농촌체험과 역사체험이 접목된 후삼국 역사 체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에게 모두 인기가 있다. 특히 역사 윷놀이체험과 실외에서 펼쳐지는 전쟁놀이 등의 동적인 활동과 마패 만들기와 역사책 만들기 등의 정적인 프로그램이 균형을 맞춰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군량미 주먹밥 등의 간식 역시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어 제공하고 있어 참여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이소희 대표는 지금의 소담이 있기까지의 가장 큰 비결로 자신이 다양한 교육에 참여해 모아둔 자료를 꼽았다. 이 대표는 “농업을 전공한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방법을 찾던 중 농민사관학교나 지역 청년 농업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농업에 관련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며 “매년 선진지 등의 견학을 통해 배웠던 점을 다이어리에 적어놨는데 귀농 7년 차가 되면서 7권의 다이어리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다 보니 7권의 다이어라가 가장 큰 자산이 된 것 같다”며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고 꼼꼼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