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접목해 생육환경 제어…인력부족 농가에 '희망의 씨앗'

정태엽 대표가 스마트팜으로 운영하는 흰여울 농장의 참외 비닐하우스 모습. 이정목 기자

<글 싣는 순서>
△‘귀농 1번지 경북’ 활력이 솟는다.
△콩 심은 데 이젠 돈 난다.
△들판이 꿈을 키우는 무대로
△좋은 먹거리 소비자가 먼저 안다.
△농업의 첨단화 ‘스마트 팜’
△‘맞춤형 상품 개발’ 영농조합법인
△농촌 활력소 ‘귀농·귀촌 유치지원사업’
△청년정착과 관광 육성 방안

경북도의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인 82.6%가 소멸 위기 지역에 속하고 7개 시·군은 소멸 고위험지역에 해당하면서 고령 사회로 접어든 농촌 지역의 일손부족은 매년 고질적인 지역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지구촌을 덮치면서 외국인 인력의 손길도 농가에 미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농업의 자동화를 꾀하는 스마트팜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농촌의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스마트 팜이란 정보통신기술을 농업 전반에 접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장을 뜻하는 것으로 이미 다수의 농가에서 이러한 기술을 통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응용 분야에 따라 스마트 농장과 스마트 온실, 스마트 축사, 스마트 양식장 등의 이름으로 사용되면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한편 젊은 농가에서는 이미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성주 '흰여울농장' 정태엽 대표.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끌어내고 있는 첨단 스마트팜 흰여울농장

성주에서 10년째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정태엽(40) 흰여울농장 대표는 농업이 본업이긴 하지만 사실상 연구원에 가깝다. 30살에 귀농해 지난 10년째 스마트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며 더욱 더 낳은 재배 환경 연구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 직후 참외 하우스 4동으로 시작한 농장은 현재 28동, 2만4793㎡(7500평)으로 늘어나 성주지역에서 개인 농장 중에서는 최대 면적의 스마트팜 시설로 꼽히고 있다.

귀농 전 직업 군인을 비롯해 건축과, 자동차 계열 등의 다양한 직업군을 거쳤던 그는 스마트 팜이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농촌에서 꼭 필요하고 인력이 절감과 생산량 및 수익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시설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북농업기술원 마케팅 교육 1년 과정을 시작으로 경북대학교 농산업학과 졸업, 경북대학교 생명융합대학원 농업자원학 석사 과정까지 밟을 정도로 전문적인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후 국내외를 견학하면서 참외 농업과 스마트팜 적용에 관해 많은 연구를 펼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됐다.
 

성주 흰여울 농장 참외 시설 하우스에 설치된 스마트팜 센서.

현재 참외를 주로 생산하는 흰여울 농장은 28동의 시설에서 연간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름 한 철 부업으로 상추를 단기 재배하기도 한다. 인력도 정태엽 부부를 비롯해 정규직 2명이 전부다. 가장 큰 걱정거리인 시설 설치 비용 역시 기업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지금까지 1억 원 남짓 들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흰여울 농장 참외 시설 하우스에 설치된 스마트팜 센서.

특히 스마트 팜 시설에서 재배되는 참외는 온도와 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고 생육환경이나 장비 이상이 생기면 농가에서 실시간으로 통보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적은 인력으로 많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관수와 측창, 천장, 유동팬, 이불 개폐기는 자동화로 이뤄져 있고 순치기와 수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정태엽 대표는 스마트팜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 등을 통해 과학기술이 접목된 첨단 농가를 알리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청년 농업인이 운영하는 선도 농가를 찾는 프로그램에 매년 평균 20~30건의 견학이 흰여울 농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도 펼치고 있다.

정 대표는 스마트팜 조성 초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농업인 끼리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 농업인들을 많이 유입시키고 전문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농업의 미래는 1차 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보기에는 블루오션 같지만 실상은 레드오션”이라며 “국가가 기술과 자료를 축적하고 전문 인력을 많이 양성해서 농업의 선진화가 이뤄진 국가의 기술을 흡수하고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만의 고유기술로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스마트팜 농업 기술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참외와 관련한 스마트 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시험 재배를 통해 생육기반이 베드 재배(작업대를 이용한 참외 재배의 한 방법으로 올림, 내림 재배 등이 있다)로도 완벽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다.

 

의성군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스마트팜에서 교육을 거쳐 창농한 청년 농업인 농가가 올 초 고품질의 딸기를 첫 출하했다.    의성군
의성군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스마트팜에서 교육을 거쳐 창농한 청년 농업인 농가가 올 초 고품질의 딸기를 첫 출하했다. 의성군

△의성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에서 재배한 의성 청년 딸기

지난 1월 의성군 안계평야 일원에서는 8명의 청년이 첫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의성군이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스마트 팜에서 청년들이 직접 재배한 딸기를 처음으로 수확해서다. 이들이 수확한 딸기는 △의성愛 딸기 △로메나스 딸기 △헬푸미 딸기 △그로우팜 딸기 △너에게 딸기 △투투네 딸기 △올봄WON 딸기 △올봄CHOI 딸기의 브랜드로 지난 5월까지 출하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팜이 농촌에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희망의 씨앗이 되는 만큼 지자체에서도 발 빠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의성군에서는 안계면 일원에 실습용 스마트팜을 조성해 현재 육묘동과 온실동 등에서 42명의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실습교육이 한창이다. 실습생은 창업기본교육과 실습훈련, 창업지원을 거쳐 의성군에 정착하게 되며 의성군은 올해 23명이 창업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선별 출하동과 교육연구동, 가공체험동 등을 추가로 조성해 실습생을 위한 컨테이너 하우스도 11동에서 18동으로 증축해 도시 청년들의 귀농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안계 이웃사촌 마을 청년 농업인 스마트팜 조성 현황을 보면 재배 온실동 2만5888㎡규모를 비롯해 딸기 육묘동 4800㎡, 선별출하동 661㎡, 농자재창고 382㎡이 준공됐고 교육연구동 600㎡는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의성군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스마트팜에서 교육을 거쳐 창농한 청년 농업인 농가에서 고품질의 딸기 재배가 한창이다. 의성군

여기서는 창업기본교육을 비롯해 창업실습훈련, 창업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현재 47명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령대는 18~25세가 4명, 26~30세 16명, 31~35세 16명, 36~39세 11명 등이며 지역별로는 대구가 22명, 경북 14명, 경남 5명, 경기 2명, 기타 2명이다.

이들이 재배하는 스마트팜의 주요 품목은 딸기 단일 품종으로 지난달 1일 기준5만4000㎏을 생산해 3만5100㎏(65%)을 직거래를 통해 팔고 택배 2700㎏(5%), 도매상 1만6200㎏(30%)을 판매해 총 4억8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의성군은 스마트팜이 청결한 재배환경과 함께 인건비나 난방비 등의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미래 농업기술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창농을 희망하는 만 18세부터 39세까지(1981~2003년 출생자) 매년 교육생을 선발해 6주간의 사전교육과 1년간의 창업실습훈련 과정을 거쳐 이들이 의성에 정착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책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젊은 청년이 농촌에 정착해 지역 농업의 새로운 리더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스마트팜 교육을 통해 어려운 농업과 농촌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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